나의 첫 학교 레드스쿨
막연히 좋은 학교를 만들고 싶었다. 근거도 없이 좋은 교사가 될 수 있을 거라 꿈꾸며 새로운 학교의 창립준비위원회가 시작되었다. 무언가를 시작하는 첫 마음은 늘 설레고 뜨겁다. 가칭 '뉴스쿨 레드'라 이름붙인 새로운 학교를 머릿속에 그리며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진짜 학교를 해보겠다는 신념과 의지들이 모였다. 그저 교실에 눌러앉아 머리로만 배우는 공부가 아닌 자연 속에서 어우러져 모든 과목을 놀면서 배우고, 배움이 놀이가 되는, 삶 속에 녹아들어 일상을 잘 살아가는 평생학습인으로 성장시키자. 삶의 지혜를 알아가는 그런 커리큘럼을 만들자. 돌아보면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들은 하나로 모여있었고 그저 만나면 즐거웠다.
아무것도 없는 빈 땅에 컨테이너 5개로 시작하는 학교였다. 4개는 교실, 하나는 교무실
전국 각지의 뜻있는 5명이 그 일을 위해 삶의 터를 옮겨 금산으로 모였다. 키노쿠니학교, 간디학교, 서머힐 등을 참고로 하여 상상으로 우리가 만들고 싶은 학교를 그려갔다. 그리고 학교설명회를 덜컥 열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그런 용기는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학교도 식당도 기숙사 건물도 없고, 아주 최소한의 교육과정과 지향점만을 가지고 초중고를 동시에 열 생각을 하다니..
나는 떠밀려 200여명의 사람들 앞에서 학교설명을 했다. 참 엉성하고 용감한 시작이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대안학교 또는 기숙학교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그랬기에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순간에도 2010년 3월을 떠올리면 숨이 차고 답답해진다. 3월1일 개교 이후 매일매일이 전쟁같았고 학교설명회에서 안내했던 학교의 커리큘럼 따위는 거짓약속처럼 모든 게 바뀌고 말았다. 그것도 대안학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른명 남짓 입학한 개교멤버들의 정서적, 학습적 편차가 너무나 컸다. 우리는 프로젝트기반 수업을 할 계획이었지만 아이들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초창기 멤버들의 달콤한 상상은 그저 교사가 하고 싶은 것만 생각했기에 학습자의 상황까지 대비해서 생각하지 못했다.
매일 아침 설립자의 질책과 재촉 속에 하루를 시작했다. 청소년 교육경험이 전혀 없었던 설립자도 본인이 기대했던 것과 너무나 다른 학교의 시작에 마음이 조급해졌고 각 교사들은 같은 학교 안에서 각자의 교육철학으로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 교사회는 다른 의견들로 오락가락 삐그덕거렸다. 우리 모두는 학교를 설립하기에 준비가 너무 미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