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 OFF를 꿈꿨다

by 쑥쑤루쑥

ON & OFF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최근 그 제목이 자꾸 머릿속에 동동 떠다녔다. 출연자들에게 출근 모드가 ON이고 퇴근 모드가 OFF라면 주부 라이프에도 ON, OFF가 있다. 식구들과 함께 있는 순간엔 육아와 살림에 집중하려 한다. 나의 미래, 나의 도전, 나의 즐거움을 위한 나만의 시간은 꺼놓는다. 물론, 애들 케어와 집안일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보람도 있다. 반대로 오전과 늦은 밤에 잠깐씩 주어지는 몰입 시간만큼은 집안일, 식구들은 잊으려 애쓴다.


그런데 그 두 세계 사이의 전환이 생각보다 매끄럽지 않다. 작업의 속도가 한창 나고 진행이 잘 될 때, 나는 하던 걸 멈추고 아이들을 챙겨야 한다. 아이들이 늦게 자거나 너무 늦게까지 들락거리면 나는 그게 방해로 느껴져 마음이 편치 않다.


내 인생의 ON, OFF도 무슨 전기 스위치마냥 명쾌하게 껐다 켜지는 거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사람의 일이고 가족의 일이다 보니 말끔하게 경계 짓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어떤 면에서는 적당히 섞어 버리는 편이 나았다. 실제로 아이들보다 먼저 밥을 먹고 그 곁에서 잠깐이나마 책을 읽는 순간이 훨씬 알차게 느껴지곤 했다. 게다가 책 읽고, 공부하고, 열심히 자기 계발하는 엄마의 모습을 아이들도 좀 봐야할 것 아닌가.


분명 고춧가루가 들어갔으나 맵지 않고 달콤해 아이도 함께 누릴 수 있는 어린이 깍두기 같이. 노랑, 주황, 핑크, 파랑 등이 한데 어우러져 옅은 군청 빛깔의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석양 하늘빛 같이. 어쩌면 내게 필요한 건 ON과 OFF를 매끄럽게 오가는 스위치가 아니라, 그 흐릿한 경계와 혼합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아니었을까. 몰입할 수 있는 금쪽같은 시간을 몇 년 만에 얻어낸 건지 너무 잘 안다. 하지만 그걸 온전히 누리지 못하더라도 너무 억울해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ON & OFF 대신 MIX & MATCH를 꿈꾸며. 맛나게 비벼불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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