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태스킹

by 쑥쑤루쑥

작은 동심이를 데리러 가는 길. 이상하게 손이 무겁다. 가만 보니 꽉 채워 튼실한 20리터 종량제 봉투가 내 손에 들려 있다. 분명 쓰레기 집하장에 들렀다 갈 거라고 집어 들었건만. 이 무거운 걸 들고 유치원 앞 건널목까지 와버렸다.


오늘 하원길 나의 미션은 세 가지였다. 쓰레기 버리기, 작은 동심이 데려오기, 그리고 큰 동심이가 당부한 간식 사 오기. 정말 온갖 것을 뒤돌아서면 까먹고 살다 보니, 어지간히 마음이 안 놓였던지. 큰 동심이는 주문할 메뉴를 쪽지에 써주기까지 했다. 잊지 않고 사 와야겠다 되뇌며 나는 단지 밖으로 걸어 나왔던 것 같다. 그러는 사이 쓰레기 갖다 버리는 건 잊고 만 거다.


멀티태스킹이 심하게 안 되고 있다. 뭐하나 신경 쓰면 다른 건 완전히 뒤로 밀리고 잊힌다. 노화, 기억력 감퇴, 뇌세포 소실 뭐 그런 것들에 언제쯤 한 가닥 서글픔 없이 익숙해질 것인가. 그러다 서글픔을 무찌를 무기 하나가 불현듯 떠올랐다. 멀티태스킹이 치매를 유발한다는 기사를 본 것 같다. 분명 내 두뇌는 둔해졌는데, 합리화 스킬은 늘어간다. 이건 어쩌면... 진화 인지도 몰라.


Photo by No Revisions on Unsplash



큰 동심이가 써 준 쪽지. 엄마의 못 미더운 기억력을 어찌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