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마흔 알은 이런 건가요
으레 한 해 지나면 한 살 먹는 게 나이였다. 언제부턴가 나는 내 나이를 세지 않았다. 누군가 나이를 물으면 그제야 셈하거나 몇 년 생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올 한 해는 바뀐 앞자리가 그렇게 신경 쓰일 수가 없다.
계란 한 판하고 두 줄을 채운 시점. 시작부터 빡셌다. 몸 여기저기가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 뫼시는 중이다. 노화를 몸으로 느끼며 서러운 마음이 컸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지 않을까.
일단 사람 보는 눈이 '조금' 생겼다. 어떤 언행에서 가늠되는 타인의 면모가 제법 잘 들어맞는다. 인간은 너무나 다면적이고 복합적이기에, 당연히 성공률이 100퍼센트는 아니다.
또, 주제 파악과 자아 성찰이 좀 된다. 학창 시절의 나도, 직장인이던 나도 사회생활 중이었다. 성인이 된 이후 사회와의 접점이 가장 적었던 지난 10여 년간, 취향, 성격 등 여러 가지로 나 자신에 대해 재발견한 부분이 꽤 많다. 사실은 지금의 내가 가장 나다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런가 하면, 수용 범위가 좀 넓어진 것도 같다. 나는 FM족이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 이 없으면 잇몸, 최악이 아니면 차악과 같은 뜬구름 잡던 소리가 이제는 너무 편하다. 타협 가능한 범위가 좀 넓어지면서 예전 같으면 어렵다고 느꼈을 일들을 비교적 수월하게 넘기고 있다.
그래. 나쁘기만 한 게 어딨어. 그 말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