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거짓말
엄마, 엄마는 몇 살이야? 어린이집에 다니고 얼마 뒤였나. 큰 동심이가 내 나이를 물었다. 응, 엄마는 스무 살이야. 장난처럼 던진 대답이 몇 년간 유효했다. 그다음 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나는 계속 스무 살이었다.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내 사촌동생(쿠쿠 이모)이 있다. 큰 동심이가 언젠가 쿠쿠 이모한테 나이를 물었던가보다. 나보다 한 살 어리단 걸 내게서 들은 적이 있기에 이때부터 의문이 생긴 거다. 나는 이실직고했다. 사실은 엄마 나이는 OO살이야. 엄마 마음만은 스무 살이고 싶어서 그랬어 하하하.
거기에, 큰 동심이 어릴 적부터 엄마는 아가씨라고 주입을 좀 했다. 이 거짓말은 자연스럽게 깨졌다. 모모야, 엄마가 아가씨가 아니라 아줌마인 건 어떻게 알았어? 카카(동심이 친구)가 엄마한테 모모 아줌마라고 매번 부르길래. 이렇게 큰 동심이에게 친 내 장난은 종말을 고했다.
둘째를 낳고도 이 몹쓸 병이 도져서, 작은 동심이에게 나는 아가씨고 너는 아줌마라고 장난을 좀 쳤더랬다. 양심상 차마 나이를 반 토막 내지는 못하겠고, 호칭만 10여 년 전으로 되돌렸다. 어느 날 동네 마트에 갔는데 계산대 아주머니께서 작은 동심이에게 얘길 건네신다. 예쁜 아가씨야, 유치원 댕기오나? 작은 동심이가 두 눈은 동그랗게, 미간엔 힘 빡 주고 대꾸한다. 저 아가씨 아니거든요? 아줌마거든요?! 내가 살포시 진상을 알려드리자, 아주머니는 격하게 웃어젖히신다. 그리고 그다음부턴 장단을 맞춰주고 계신다.
이 거짓말도 몇 년 안 남았다. 작은 동심이는 또 어찌 반응할지. 전에는 나의 처절한 거짓말 현장에서 혀를 끌끌 차던 이가 남편 하나였는데. 이젠 부자가 쌍으로 안쓰러워한다. 아줌마란 호칭이 이보다 더 찰떡일 수가 없는 나. 스무 살과는 영 딴판이지만 지금의 내 나이가 나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다. 처절함을 덜어낸 나의 거짓말이 이젠 재미를 위한 농이 되었다. 그래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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