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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Oct 14. 2021

뒤늦게 깨닫는 여유

두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다. 출발부터 컴백까지 3시간이 좀 넘게 걸렸다. 작은 동심이는 오는 차 안에서 잠들었다. 소파에 내려놓아도 계속 잔다. 오늘처럼 피로도가 높을 땐 아껴 둔 배달 음식 찬스를 쓴다. 모처럼 저녁 준비가 필요 없겠다, 조잘대는 목소리 하나가 쉬니, 집안이 허전하다. 여유롭기까지 하다.  


큰 동심이와 대화를 나누며 오롯이 아이와 눈 맞춤을 한다. 큰 동심이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순간이 너무 오랜만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눈을 빛내며 일상적인 얘기를 하는 게 생소하게 느껴지다니. 아이한테 좀 미안해진다. 


아이가 하나일 땐 모든 집안일은 육퇴 후로 미루고, 아이 케어를 일 순위로 뒀었다. 그게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집안에선 요리, 설거지, 빨래, 청소 등 뭐가 됐든 손으로는 집안일을 하면서 두 아이를 거의 동시에 상대하는 게 일과요, 집 밖에 나가면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폐 끼치지 않게 신경 쓰며 지내다 오느라 온 신경이 바쁘다. 


아이가 하나일 때도 육아가 쉽다고 느낀 적은 거의 없었다. 둘이 되어서야 그때가 수월했음을 알고, 그 여유를 기꺼이 누리지 못했음을 후회한다. 왜 아쉬운 지경이 되어서야 지난 여유를 깨닫게 될까. 깨달음은 언제나 한 발 늦다. 






Photo by Hailey Moell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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