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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Oct 04. 2021

발꼬랑내

큰 동심이가 반깁스를 했다. 붕대를 한 번 풀면 다시 감을 엄두가 안 나서 사흘인가를 비닐을 씌우고 샤워했다. 세탁소 비닐을 이렇게 활용할 생각을 하다니 아이디어가 좀 짱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사흘, 붕대를 회피하다가 2-3주를 이렇게 지낼 수는 없겠다 싶어 마침내 결심을 했다. 석고붕대실 선생님이 붕대 감아주실 때 양해를 구하고 녹화를 했었는데, 중간부터 녹화가 됐다. 시작하는 법을 모르겠다. 저 부들거리는 붕대를 대관절 어떻게 저렇게 종아리에 얹는 것이며 저게 어떻게 안 흘러내리는 것인가. 유튜브도 소용없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풀어보자. 가끔씩 오시는 에라 신을 받아들이고 큰 동심이를 앉혔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감아는 진다. 모양새는 하루가 다르게 매끈해지고,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그렇게 사흘 만에, 날마다 반깁스를 풀고 샤워를 한다. 하루 쓴 붕대는 조물조물 손빨래해서 널어두고, 전날 빨아둔 붕대를 아이 다리에 얹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꼼꼼히 씻었는데. 어디선가 시큼한 발 냄새가 난다. 땀도 잘 안 나는 내 발인가. 확인해봤다. 아니다. 서얼마. 아직 내 손바닥만 한 큰 동심이 발?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코를 갖다 댔다가 기절하는 줄 알았다. 


종일 붕대를 감고 동네를 누빈 아이 발도 발이지만, 이젠 부목도 보탠다. 붕대는 빨 수나 있지. 병원에서 부목에 스타킹을 씌워줬지만, 날로 짙어지는 냄새는 언제고 나 여깄소 하며 뚫고 나온다. 냄새가 날마다 조금씩 쌓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 그만 묘사하자. 큰 동심이는 날마다 요가를 하듯. 발과 코를 찰싹 붙였다 뗀다. 우웩과 깔깔이 교차하느라 바쁘다. 자기 발 냄새에 자기가 취한다. 붕대를 다시 감을 용기를 내기까지 걸린 시간. 사흘. 그 사흘의 발효로 우리는 3주째 울다 웃는다. 아그야, 웃기냐. 나도 웃기다. 





Photo by Fiona Murra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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