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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Jan 02. 2022

믿음과 불안 그 어디쯤

큰 동심이가 종종 친구를 데리고 집에 온다. 코시국엔 남의 집에 가지도 말고 친구를 데려 오지도 말라는 방침을 정했음에도, 예고 없이 가끔 이렇게 깜짝 이벤트를 벌인다. 각자 학원 가기 전 빈 시간. 간식 먹고 잠시 같이 노는 거다. 


최근 자주 교류하던 그 친구는 큰 동심이가 보드 게임을 고르던 그때, 동심이의 포켓몬 카드 몇 장을 자기 주머니에 넣었다. 큰 동심이의 등 뒤 그리고 내 눈앞에서. 어째야 하나 몇 초간 고민했다. 남의 아이를 직접 혼내기도 애매하고, 그 아이를 무안하게 하고 싶지 않고, 무엇보다 큰 동심이가 몰랐으면 했다. 그래서 나는 "OO야~ 이모가 방금 봤는데~" 하고 최대한 발랄하고 다정하게 말했다. 그러자 그 아이가 "그냥 보려던 거예요"라면서 주머니에서 꺼내는 걸로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얼마 뒤 큰 동심이가 전해오는 말이, 그 친구가 다른 친구들 물건을 자꾸 훔쳐서 선생님께 혼나고, 친구들이 같이 놀지 않으려 한다는 거다. 자기가 아끼는 포켓몬 카드를 몰래 탐냈던 건 다행히 아직 모르는 것 같다. 


얼마 전 그 엄마와 잠시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었다. 자기 아이가 아주 바른 아이라는 확신을 거침없이 내보이는 그 엄마를 보며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그렇게 그 엄마가 자기 아이를 너무 모른다는 사실에 처음에는 생각이 주로 뻗쳤던 것 같다. 


그러다 나중엔 그 엄마의 믿음이 부러워졌다. 나는 내 아이가 집 밖에서 어떤 모습일지 몰라 불안해하는 편이다. 아직 행동 기준이 물렁한 나이. 집 밖에선 변수가 많았다. 걱정 많은 성격이 이런 불안을 만나 아이를 조금 더 바르게 키우려는 노력이 되기도 하지만. 어쨌든. 자식에 대한 엄마의 믿음이 아이의 문제 행동을 되돌릴 수 있는 키가 될까. 혹시라도 엄마의 불찰로 남지는 않을까. 나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Photo by Brett Jorda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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