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계산대 놀잇감은 안 사주셨지만, 부루마불은 사주셨다. 세계 각국과 수도 정도의 상식이 가미된 게 점수를 얻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어쨌든, 덕분에 오빠 그리고 사촌들과 마음껏 했고, 할 때마다 그리 즐거울 수가 없었다. 최근 '부루마불'을 샀다. 이제는 '블루마블'인 것을 알지만 그래도 이렇게 불러야 제맛인 게임. 심지어 30여 년의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재미있다. 어느덧 그 시절 내 나이가 된 큰 동심이와 함께 해 더 특별하기까지 하다. 나는 서울이 킹왕짱인 줄로만 알았건만, 큰 동심이는 두 판 만에 어느 한 도시에 호텔을 5개를 몰아지어 블랙홀을 만들질 않나, 돈 위에 앉고는 돈방석에 앉았다고 신나 한다.
그런데 마음 한 구석이 철렁하다. 토지만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눈곱만 하지만, 건물을 지어 올리는 수익은 꿀이다. 대출을 받아가며 버티다가도 누군가 내 땅에 걸리기만 하면 파산 직전에서 알부자로 신분 상승한다. '황금열쇠'에서 내라는 세금은 실제로 임대 소득이 일정 수준 있으면 납부해야 할 '종합소득세'요, 출발지를 지날 때마다 받는 '월급'은 게임의 백미인 건물을 짓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현 재테크 시장이 함축되어 있는 듯 해 소름 끼쳤다. 뭐여, 이거 현실의 축소판 아니여.
재테크가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 어지간한 고소득이 아니고서야 월급은 생활비일 뿐, 부지런히 불릴 방도를 구하지 않으면 '벼락 거지'가 되는 세상이다. 조기 은퇴와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젊은이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학창 시절 배운 저성장, 인플레이션은 책 속에 그대로 둔 채, 입시, 취업, 결혼의 과업을 차근차근 해치우는 동안, 우리 세대는 '부모보다 못 사는 첫 번째 세대'가 되었다. 저성장의 그늘은 우리 아이들 시대엔 더 짙어질 것이다. 우리는 운 좋으면 '영끌' 빚내서 집 한 채는 겨우 살 수 있는 세대지만, 우리 아이들은 대관절 집을 살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평범한 개인이 치열한 노력으로 얻은 성과가, 경제적 독립이라는 보편타당한 목표를 이룬 것이 아니라, 가진 것 없는 자의 몸부림 정도로 평가절하되는 것 같아 너무 속상한 시대라면 오버일까.
우리 아이들은 '경제'와 관련한 현실적인 문제에서 나보다 더 빨리 솔루션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여러 시도 중이다. 용돈 절반은 무조건 저금하기, 용돈기입장 쓰기, 저금통 다 차면 은행가서 저금하기 등. 그렇게 종잣돈이 만들어지면 투자에 대해서도 알려줄 계획이다. 알려줄 수 있으려면 나부터 부지런히 공부하고 겪어봐야 하기에, 나 또한 소액이나마 형편껏 여럿 도전중이다. 돈과 조금은 친해지면서도 너무 돈돈거리지 않는 동심이들의 유년 시절을 위한 나의 실험은 시작되었다.
큰 동심이가 파놓은 블랙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