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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Jan 26. 2022

남편의 기타

남편이 기타 수업을 듣는다. 무려 집에서 연습씩이나 해오는 숙제가 주어지는데 거의 하지 못했다. 연습 좀 할라치면 동심이들이 몰려들어 몸 장난으로 끝나길 수차례요, 토요일 한 번 가는 수업마저 집안 대소사에 치여 격주로 갔나 보다. 


끈을 놓치지 않고 꾸준히 가는 게 어디냐. 교습소에 가 있는 동안 집중해서 바짝 하는 게 어디냐 그렇게 응원해주고 있다. 거기에, 애들 교육비가 얼만데 기타가 웬말이냐가 아니라, 기타 하라고 나서서 알아봐 주고 매주 수업 갈 수 있게 챙겨주는 나 같은 와이프가 어딨냐는 생색까지 아낌없이 내고 있는 바. 


사실, 남편의 기타 수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5년 전쯤이었나. 날마다 새벽에 출근하고 날마다 다음 날 들어오던 고된 일과에 다 같이 지쳐갈 때쯤, 남편은 기타 수업을 등록했다. 누군가에게 기타는 취미였겠지만, 당시 나는 남편이 살기 위해,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기타 수업을 등록했다고 느꼈다. 하지만, 우리는 곧 이사를 했고, 그 어려운 시도를 금세 놔버리는 게 아쉽지 않을 만큼 결국엔 휴식이 더 간절했다. 


지금의 업무 강도도 결코 만만치 않다. 남편이 미래를 위해 도전하고 있는 일도 있기에, 시간 내기는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어렵다. 하지만, 이번엔 잘 챙긴다. 시간을 써서 또 다른 일을 벌이는 게 피로를 가중시키는 게 아니라 활력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남편의 일과가 조금은 더 건강해진 것 같아 나는 정말 기쁘다. 


남편의 기타 수업 두 달 만에 갑자기 기타 줄에서 화음이 난다. 난데없이. 오. 남편의 딴짓과 남편의 즐거움, 남편의 활력을 응원한다. 그리고 큰 동심이도 기타를 배우고 있으니, 어쩌면 연내에 더듬 더듬이라도 기타 듀엣이 가능할 것만 같은 흥분되는 상상을 해본다. 손이 꼭 닮은 그대들, 파이팅. 






Photo by Gabriel Yuj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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