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앞으로 글을 쓰지 않고는 살 수 없을 것입니다. 대학 시절 교양 과목 교수님 말씀이다. 교수님 함자는 희미하지만, 과목명은 선명하다. 현대 정치의 이해라는 수업이었다. 교수님께는 죄송하게도 강의 내용은 한 줄도 기억나지 않건만. 17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뇌리에 박힌 그 한 마디가 요즘 들어 그렇게 생각 날 수가 없다.
10대에 내가 쓴 글은 과제 또는 일기였다. 특히, 친구와 고3까지 썼던 교환일기는 내 학창 시절 그 자체였다. 대학생 때 쓴 글 역시 과제 또는 일기. 각종 리포트는 조금 더 넓어지거나 깊어진 글쓰기였다면, 그 시절 내가 쓴 일기에는 감성이 잔뜩 별러져 있다. 직장인이 되고는 업무용 글쓰기가 9할이었다. 비즈니스 글쓰기는 분명 작법이 달랐지만, 작문에 거부감이 없는 것은 업무 수행에 크나큰 장점이 되었다.
교수님은 어떤 의도로 그런 말씀을 하신 걸까. 표현 도구? 업무 수단? 글쓰기의 시대를 예측하신 걸까? 사실 다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글을 쓰며 기쁨은 박제하고 슬픔은 내려놓는다. 몰입의 기쁨과 기록을 획득한다. 그렇게 글쓰기는 내 일과에서 점점 더 의미 있어지는 중이다. 만물을 통틀어 이런 존재가 생각보다 드물다. 글을 쓰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지경에는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글쓰기가 귀하다. 점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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