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다리고기다리던(!) 기회가 왔다. 드디어 일을 시작했다. 내가 원하던 파트타임 잡이다. 마지막 보루로 생각했던 동네 식당 점심시간 서빙보다 시급이 높고 나름대로 전문성도 있다.
일하는 시간은 즐겁다 못해 힐링이다. 내가 다시 일을 한다는 만족감, 육아와 살림 이외의 분야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능력이 내게도 있다는 게 마침내 증명된 기쁨, 오늘 저녁은 식구들 뭐 해먹이지와 같은 고민은 끼어들 틈 없이 온전히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몰입, 그리고 약간의 수입. 그 모든 게 좋다.
그런가 하면, 동심이들이 각각 학교와 유치원에 가 있는 시간 동안의 근무임에도, 일과에 변화가 생겼다. 내 수면이 부족해지고, 피로가 가중됐다. 아침식사가 간단해졌고, 세 끼 중 평소 가장 신경 쓰는 저녁 식사도 최대한 시간 대비 효율이 좋은 메뉴를 선정하게 된다. 제로 웨이스트 생활 입문 후 사용을 자제해왔던 건조기 사용이 다시 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일을 하지 않는 시간 동안 많이 조급해지고 예민해졌다. 근무시간만큼의 준비시간이 필요한 직무. 육퇴 후 그리고 늦은 밤 집안일 퇴근 후에야 시작되는 내 준비 시간을 확보하지 못할까 가슴 졸인다.
두 어주 전쯤이었나.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생각보다 빨리 두 번째 기회가 왔었다. 하지만, 끝내 나는 두 번째 기회를 포기해야 했다. 야근과 회식 (거기에 요즘은 시험공부까지) 달고 사는 남편이 매일 저녁 일단 칼퇴를 하고 동심이들 저녁 일과를 책임져주던지, 내가 가족과 함께하는 주말을 포기해야 했다. 근무시간도 짧고 주 몇 회하는 프리랜서 일감 하나 늘리기 위해 필요한 그 조치들이 참 어렵다. 돌봄과 살림을 외주화 할 만큼의 벌이가 아니면서, 유사시 기댈 곳 없는 곳에서, 아직 손 가는 아이들 케어와 살림에 공백을 두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
몇 년 만에 붙든 소중한 기회. 그 앞에서 나는 기쁨보다 포기를 더 많이 떠올려야 한다. 일감 하나를 내 손에 쥐고도, 도전만 하던 때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아프다. 이 숨구멍 하나에 만족하지 못하는 내가 문제일까. 과연 그럴까. 새로운 커리어에 커져 가는 나의 목표를 도려낸다. 내 능력으로 더해질 약간의 경제적 여유를 포기한다. 이 이상은 욕심이라며 억지로 나를 위로한다. 오늘도 나는 마음속으로 선을 긋는다.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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