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분에도 내 일과에도 업다운의 사이클이 있다. 다운인 시기가 왔을 때, 나름의 위험 신호가 있다. 충동구매를 한다. 야참을 흡입한다. 휴대폰을 지나치게 많이 본다. 웃음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부정적인 생각이 많아진다. 쉽게 화를 낸다. 아이들을 많이 혼낸다 등등. 쓰다 보니 많기도 하다.
공통된 키워드는 자제되지 않는 것. 소비욕을, 식욕을, 스마트폰의 중독성을, 짜증과 분노를 어느 정도는 가라 앉힐 줄 알아야 하건만. 그 기능이 고장이라도 난 듯, 주체가 안 되는 거다. 자제력 실종의 종착지는 만족스럽지 않은 하루다. 어쩜 단 한 번의 예외가 없다. 머리로는 아 또 그런 시기인가 보다 하고 알아채지만, 인지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을 너무 쉽게 마주한다.
요즘 나는 매우 위험하다. 또 한 번의 터널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분명 처음이 아니다. 이럴 때 어쨌더라 궁리해보면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이, 아무래도 매번 그 과정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일단, 날마다 야근에, 운동마저 반납하고 시험을 준비하는 남편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너덜너덜한 상태여도 내 손길을 필요로 하는 아기 제비들도 마찬가지. 삶의 고충을 성토하는 가까운 사이가 있지만, 그 찬스는 아껴두는 편이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랬다. 쿨내 나는 그 진리가 이럴 때 와닿을 건 뭐람. 내 몫이다. 이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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