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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Apr 23. 2022

무빙워크에서.

가끔 가는 창고형 매장이 있다. 나는 무빙워크에 섰다. 내 앞 멀찌기에 삼대가 왔다. 카트엔 아이가 탔다. 엄마는 카트 손잡이에 기대 편안하게 몸을 숙인 채 아이와 마주 보는 자세. 그 뒤를 따르는 이는 아이의 할머니다. 할머니는 등이 많이 굽으셨고, 걸음걸이로 보아 오랜 보행은 힘드실 것 같다. 


그런데 할머니의 손길이 바쁘다. 아이 엄마는 목에 닿는 옷이 까끌거리는지, 목걸이가 알러지라도 일으킨 것인지 뒷목을 자꾸 만진다. 그러자 할머니는 아이 엄마의 목을 끝없이 쓸어준다. 어쩌면 할머니의 손이 더 거칠 것 같은데, 할머니의 손길은 부지런히 아이 엄마를 향했다. 


크게 아픈 것이 아니어도, 엄마를 딱히 부르지 않아도, 아이의 불편함을 살피는 순간이 나 역시 있다. 엄마는 아이를 보고, 엄마의 엄마는 당신의 아이를 본다. 다 큰 아이를 향한 할머니의 살뜰함에서 나는 모성을 본다.




Photo by Jordan Whit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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