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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Oct 11. 2022

현실적

현실적이란 말은 셈에 능하다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안이 내게 득이 되는지 실이 되는지 잘 따질 수 있는 것. 애초에 주어지지 않은 실용적인 선택지를 떠올릴 수 있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결정 내릴 수 있는 것. 성격의 한 단면을 일컫는 말이지만 사실상 능력에 가깝다고 본다. 


생활인이 되고부터는 자주 생각한다. 현실적인 성격이야말로 세상살이를 편하고 야무지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하고. 그러면, 나는 현실적일까. 아니다. 심하게 아니다. 호구는 내 또 다른 자아요, 퍼주다 맘 다치고 남 좋은 일만 시킨 기억이 부끄럽게도 아주 많다. 


돌이켜보면 현실적인 친구들이 어릴 때부터 더러 있었다. 내가 직딩이 되고서야 또는 결혼하고야 깨달은 진리를 그 친구들한테서 나는 고딩, 대딩 시절에 들은 바 있다. 현실적이던 친구들과 비현실적이던 나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됐다. 오랜 시간 연락 없이도 편안하게 이어지는 관계도 있지만, 그 친구들과는 끝내 관계가 정리되었다. 


나는 여전히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다. 부득부득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교훈을 쌓아갈 수 있는 1인으로서, 그래도 내 인생을 통틀어 오늘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사실이 퍽 우습기도 위안이 되기도 한다. 불편하단 이유로 멀어졌지만 지금은 부러워진 그 친구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Photo by Volodymyr Hryshchenk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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