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쑥쑤루쑥 Nov 28. 2022

경고음이 몰고오는, 불안.

휴대폰 저장공간이 80퍼센트를 넘겼단다. 잊을만하면 뜨는 알림이다. 대대적인 백업을 하긴 해야 하는데 자꾸만 뒷전으로 밀린다. 짬짬이 사진 몇 장씩 지워봤자, 며칠 후면 또다시 저 경고를 마주할 터. 좀만 더 좀만 더 하다가 하루아침에 폰이 준 사망 상태에 간 적이 있다 (내 입장에서 하루아침인 거고, 폰 입장에서는 경고를 수도 없이 날렸다). 뒤늦게 애들 사진 건진다고 고생한 기억이 있음에도 이렇게 미적 인다. 


정리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한 건 무질서를 정돈하는 것이었을 뿐,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과는 별개임을 인정해야겠다. 소일을 시작하고부터 집안 정리가 안 된다. 지금 이 순간 둘러본 내 책상부터 말씀이 아니다. 정신없기가 아들 방만한다(얼마 전 아들 방 얘기를 했는데, 입방정이 따로 없다). 방, 거실, 주방, 내 책상, 그리고 휴대폰까지. 정리해야 할 게 산더미건만 일과에 파묻히는 삶을 산다. 삼시 세 끼, 먹고사니즘에 매몰된 일상을 사느라 어쩌면 다른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사는 건 아닐까, 문득 불안해진다. 




Photo by Muhammad Daudy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벗어나고픈 디지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