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저장공간이 80퍼센트를 넘겼단다. 잊을만하면 뜨는 알림이다. 대대적인 백업을 하긴 해야 하는데 자꾸만 뒷전으로 밀린다. 짬짬이 사진 몇 장씩 지워봤자, 며칠 후면 또다시 저 경고를 마주할 터. 좀만 더 좀만 더 하다가 하루아침에 폰이 준 사망 상태에 간 적이 있다 (내 입장에서 하루아침인 거고, 폰 입장에서는 경고를 수도 없이 날렸다). 뒤늦게 애들 사진 건진다고 고생한 기억이 있음에도 이렇게 미적 인다.
정리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한 건 무질서를 정돈하는 것이었을 뿐,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과는 별개임을 인정해야겠다. 소일을 시작하고부터 집안 정리가 안 된다. 지금 이 순간 둘러본 내 책상부터 말씀이 아니다. 정신없기가 아들 방만한다(얼마 전 아들 방 얘기를 했는데, 입방정이 따로 없다). 방, 거실, 주방, 내 책상, 그리고 휴대폰까지. 정리해야 할 게 산더미건만 일과에 파묻히는 삶을 산다. 삼시 세 끼, 먹고사니즘에 매몰된 일상을 사느라 어쩌면 다른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사는 건 아닐까, 문득 불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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