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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Jan 09. 2023

벗어나고픈 디지털.

손목시계를 샀다. 휴대폰을 덜 보고 싶었다. 우선, 시계 좀 보자고 그 큰 휴대폰을 매번 꺼내는 게 귀찮았다. 시간만 보려던 게 일단 폰을 열면 계획에 없던 다른 일을 자꾸 하게 됐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을 할 때 내게 와 꽂히는 아이들의 시선이 본격적으로 의식되기 시작했다. 적어도 일없이 폰을 들여다보는 일을 아이들 앞에서만큼은 자제하고 싶었다. 아이들을 의식했지만, 날 위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스마트 워치는 아니 되었다. 아날로그식으로 골라 잘 차고 다니고 있다. 손목 시계를 찬 게 직장 관두고 처음이니 10여년 전이다. 아직은 손목에 얹힌 거대한 물체가 좀 어색하지만, 시계 볼 때만큼은 폰 대신 손목을 본다. 


스마트폰은 무척 편리하다. 카메라, 씨디플레이어, 계산기, 때로는 모니터, 컴퓨터 역할까지 하니 이보다 더 만능이기도 어렵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자꾸만 들여다보게 된다. 슬라이드를 해제하는 순간, 일 없이도 빠져든다. 저 많은 장비를 다시 예전처럼 들고 다닐 수는 없기에, 그저 시계만이라도 그 기능을 분리해본다. 나 편하자고 산 기계로부터 이렇게나마 해방되어 보려는 아이러니를 느끼며. 





Photo by Agê Barro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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