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거대한 우산, 선의.

by 쑥쑤루쑥

작은 동심이와 등원하는 길. 우리는 도보로 등원한다. 그런데 셔틀에서 내린 아이들 중 하나가 유치원으로 들어가지 않고 차도 쪽을 보고 서 있다. 무엇에 관심을 빼앗긴 건지 유치원을 등지고 금방이라도 딴 곳으로 갈 듯한 자세. 그런 아이를 살피는 또 하나의 시선이 있었다. 같은 원에 같은 나이의 아이를 등원시키는 엄마다. 아이의 왼쪽엔 내가, 아이의 오른쪽엔 그녀가 있었다. 다행히 아이는 원으로 들어갔지만 그 과정에서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보던 사람이 최소 둘 있었던 셈.


내가 여섯 살 때 가출... 은 아니고 유아원을 나간 적이 있었다. 연예인처럼 진한 화장을 한 선생님 곁에 아이들이 모여서 무언가 하고 있었다. 나는 유아원을 유유히 걸어 나갔다. 한참을 직진하다가 길을 건너 어떤 약국 앞에 다다랐다. 그제야 좀 무서웠던 것 같다. 약국 앞에 있던 단에 쪼그려 앉은 나를 약국에서 안으로 불러들였다. 이후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 무슨 생각으로 꼬맹이가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다. 유아원에서 아이가 없어졌단 연락을 받은 엄마는 앞이 캄캄해졌다고 했다. 유아원이 터미널과도 가깝고 역과도 가까웠기 때문에 별의별 걱정이 보태졌다고 했다.


여섯 살의 나도, 셔틀에서 내려 방황하던 아이도, 어쩌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어른들의 선의 속에서 살아가는 게 아닐까. 모든 순간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어떤 순간에 그 선의에 힘입어 위험을 모면할 수 있던 게 아닐까. 대가 없는 선의를 의심해야 하는 시대에 선의에 대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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