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숫자를 싫어했다. 소녀는 얄궂게도 그 누구보다도 숫자를 많이 다뤄야 했던 직장 생활을 지나, 가정 경제 이외의 영역에선 셈을 할 일이 별로 없는 현재에 이르렀다. 숫자가 싫었던 이유는 수학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함수, 확률, 미적분에서는 수학적 사고가 꽤 흥미롭다고, 실생활에 상당히 도움이 되겠다고도 생각했지만. 여전히 숫자는 머리 아픈 영역이었다.
요즘 나는 숫자를 기다린다. 이곳 브런치의 100번째 글과 10000번째 손님, 네이버 블로그의 1000번째 글과 17만 번째 방문객, 그리고 환경 공부 아카이브로 활용 중인 카카오뷰창작센터의 500번째 구독자를 기다린다. 방문하는 사람 마음이야 어찌할 방도가 없지만, 적어도 내 꾸준함과 도전의 지표는 될 것이다.
자동차 주행거리도 짚어야 한다. 지난 차는 5년간 5000km를 채 못 타, 팔 때 온갖 의심을 받았다. 왜 그것밖에 안 탔냐. 혹시 침수차 아니냐 와 같은. 이번엔 1년 반 만에 3400km를 돌파했다. 이 또한 내게는 두려움을 극복한 결과물이니 뿌듯하다.
숫자는 숫자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비인간적이라고 느낀 적도 있다. 스토리나 맥락은 없이, 서늘한 명쾌함만을 두른 어떤 물성의 대표 격이라 여겼다. 수학에서는 단언컨대 인생에서 가장 멀어진 상태이지만, 숫자가 품은 나의 스토리가 늘어가는 게 썩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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