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고될 때, 가까운 친구들과 나눌 때가 있다. 각자의 고뇌의 몫이 있으므로 가급적 아껴 쓰는 찬스다. 허심탄회하게 고민거리를 털어놓고 나면 그 자체로 마음이 가벼워진다. 덕분에 하루 이틀 마음속 먹구름이 걷히기도 하고, 나는 생각해내지 못한 솔루션을 조언받아 문제 해결에 가까이 간 적도 있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고민의 무게가 더 나가는 쪽이 상대에게 위로를 건네곤 한다. 더 심한 케이스도 이렇게 살아. 그러니 너무 걱정 말아. 별 일 아니야 하고. 그러면 묘하게 내가 가진 고민이 정말 작아지는 것 같다. 그리고 또 묘하게,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진다. 상대가 얘기한 더 큰 불행이 내 일이 아닌 것에 안도하는 마음. 그게 그 불편함의 정체인 것 같다.
집 근처에 재활 치료 시설이 있다. 교통 약자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는 속으로 아이고 어떡해 소리가 절로 나는 중환자가 많다. 휠체어에 탄 아이는 한창 뛰어놀아야 할 10대였지만,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표정이 없고, 바람에 흘러내린 무릎담요에도 무감각하다. 뒤늦게 알아차린 보호자가 아이를 여며준다. 보호자의 도움 없이는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상태. 두 사람은 얼마나 오랜 세월을 저렇게 버텨왔을까 싶어 아득하다.
그런데 하필. 그러고 난 직후에. 우리 가족으로 내 시선이 향한다. 그깟 잔병치레가 무슨 걱정이고, 그깟 숙제가 뭐라고 잔소리를 해대고 미간을 찌푸렸을까 싶다. 굳이 비교할 필요가 없는 일에 비교를 해가며 내 현실이 더 낫다는 위안에까지 이르는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기심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은 찰나의 위로에 마음을 달래는 일을 경계하고 싶다. 괴로움 앞에서까지 줄 세우기 하는 느낌. 어쩌면 경쟁이 우리 내면에 너무도 깊숙이 자리한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