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에는 온도 시스템이 있다. 시작은 누구나 사람의 정상 체온인 36.5도였던 것 같다. 구매자들이 남긴 좋은 후기가 쌓이면 36.5에서 조금씩 온도가 올라가고, 나쁜 평가가 쌓이면 온도가 내려간다. 매너온도가 높아질수록 수은주가 희멀떡한 노란색에서 구좌당근 뺨치는 진주황으로 변해간다.
거래 후기가 의무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후하게 화답하는 편이다. 예컨대, 상대방의 매너에 대한 리스트가 좌르륵 뜨면 해당이 안 되는 사실도 그냥 다 좋았다고 체크한다. 일일이 항목마다 사실 여부를 대입하여 체크하는 게 피곤하기도 하거니와, 나의 매너 온도가 좀 높아지고 나서부터 자연스럽게 그래졌다. 인심이 장전된 듯한 느낌.
그렇다. 당근에서 매너 온도는 짬이다. 거래량과 온도가 정비례하진 않지만, 거래량이 많을수록 매너온도가 높은 경우가 많다. 거래량은 많은데 온도가 낮은 사람은 믿고(!) 거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러므로 동시에 내게 매너 온도는 신호등이다. 이 사람과 거래하는 게 괜찮을까 알려주는.
개인적으로는 이 온도 시스템이야말로 당근 마켓의 백미라 느낀다. 높은 게 좋은 거라면 일단 올리고 싶어지는 도전 정신이 불끈 샘솟는 건 기본이요, 선 넘는 언행에 사용자들이 다치지 않도록 해 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
거래 후기는 쌍방이 남길 수 있다. 따라서 상대와 나 사이에 입장차가 있을 수 있다. 더디지만 쭉쭉 올라가던 온도가 한 번씩 꺾인 적도 있는 걸로 보아 누군가는 나와의 거래가 불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나는 죄다 체크해서 최고로 평가했는데 상대가 내 매너 행동을 딱 한 두 개만 골랐을 때는 좀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당근의 매너 온도에는 유저들의 희로애락이 뒤엉켜 있다. 아, 인생은 기브 앤 테이크 아니던가. 그러나, 또 내 맘 같은 사람 세상에 없으니. 당근에서 나는 인간과 세상을 배우는 기분이 들곤 한다.
사진: Unsplash의Jarosław Kwoczał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