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쑥쑤루쑥 Jul 30. 2023

분리 수면 찾아 삼만리.

나는 잠이 많다. 아주우우 많다. 그런 내가 10년을 통잠을 포기했다. 커다란 침대 두 개를 붙여놓고 네 식구가 같이 잤기 때문이다. 잠 없는 한 아이는 잠들기까지가, 금방 잠드는 한 아이는 잠 들고나서가 고역이었다. 한 아이는 오징어 촉수처럼 팔다리를 내게 휘감았고, 한 아이는 자면서 그리도 스파링을 해댔다 (아이가 어리다고 킥이 약한 게 아니다). 중간에 잠이 깨면 수면의 충전 효과는 격하게 떨어졌고, 다음 날 피로를 가중시켰다. 질 낮은 수면은 다음 날 컨디션은 물론이요, 내 육아의 질도 끌어내렸다.  


10년이면 많이 했다 아이가. 큰 동심이가 10살 되던 해. 우리는 분리 수면을 시도했다. 아이가 마음에 들어 하는 침대를 사서 텐트까지 설치해 주었다. 작은 동심이까지 이 참에 분리 수면을 시도하려던 우리 부부의 계략에 지출이 커졌지만. 돌아올 곳을 없애기 위해, 안방 침대는 2인용만 남겨두고 없애버렸다.


마침내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부부의 침실. 그러나, 동심이들은 우리를 가만 두지 않았다. 뻑하면 찾아와 2인용 침대에 파고들었다. '부부 사이에 하나, 발치에 하나'같은 식으로, 좁디좁은 침대에서 용케 안 떨어지게 몸을 웅크린 모습이 사이좋은 고양이마냥. 덕분에 2인용 침대는 가열차게 삐걱거린다.


각자의 방, 각자의 침대에서 아침까지 자는 고마운 날도 더러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변수가 있다. 예컨대, 겁 많은 큰 동심이는 최근 신비아파트 만화 몇 장 보고는 며칠째 안방으로 넘어오는 중이다. 이제 관건은 넘어오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걸 내가 자면서 느끼느냐 못 느끼느냐다.


가뜩이나 몸이 안 좋았던 어느 날, 남매의 침입에 나는 열댓 번 잠을 깼고, 다음 날 분노의 좀비 모드로 근래 들어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아이들에게 협박과 읍소를 시전하니 웬일로 다음 날 밤엔 날 내버려 뒀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새벽에 뽀뽀라고 해주려고 아이 방에 갔더니 아이는 온데 간데 없고. 알고 보니, 마침 우리 집에 와계신 할머니한테 두 녀석 모두 가 있었다.


'나한테 오는 것만 아니면 돼'가 아니었는데. 본의 아니게 나보다 아픈 곳이 많아 숙면이 절실한 친정 엄마에게 폐를 끼치게 됐다. 아기 때 수면교육을 시도해 봤지만, 그 울음을 버텨낼 여력이 없어 그만두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어차피 밤중수유도 해야 하잖아? 언제까지 같이 자겠어? 뭐 그런 명분을 부지런히 갖다 붙이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한 달을 울려서라도 반드시 분리수면을 완성하고 말겠다. 아, 오늘도 나는 잠이 고프다. 힘없는 동태눈깔과 물먹은 솜 같은 몸에 생기를 불어넣고 싶다. 잠 좀 자자, 얘들아. 쫌!



사진: UnsplashKate Stone Matheson

작가의 이전글 회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