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vs 정신력

by 쑥쑤루쑥

체력을 하인 취급한 시절이 있었다. 정신력으로 체력을 호령할 수 있다고 믿었다. 30대 초반까지는 그랬다. 몸이 너덜너덜해졌어도 정신력이라 쓰고 오기라 읽는 그 에너지로 공부며 업무를 가열차게 해치웠다. 그마저도 정말 체력이 정신력보다 후순위여서가 아니라, 그때의 체력이란 그럭저럭 버틸만했기 때문이란 걸 뒤늦게 깨달았다.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니 더욱 예민해진다. 내 업무의 효율성, 내 기분, 육아의 퀄리티 등 나의 하루를 결정짓는 내 태도가 그날 하루의 컨디션에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히, 어쩌다 하는 소소한 심야 일탈조차 뒷감당이 두려워 자제하게 된다. 인생 최대치로 예민해진 소화기관을 상전처럼 받들어 모신다. 밀가루며 카페인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탈이 나면 내가 힘들고, 내가 아프면 당장 다음 날 식구들 밥 할 사람이 없다.


살기 위해 운동을 한다. 활기찬 인생이 운동의 목표가 아니다. 목표는 생존이다. 아직 어린 동심이들을 두고 건강 관리를 못해 이 세상을 하직할 수는 없다는 책임감이 가장 크다. 1단계는 다음 건강검진에서 몇 가지 지표들을 개선하는 것.


이젠 알겠다. 적어도 불혹을 넘기고부터는 체력이 정신력을 지배한다는 것을. 그러니, 원하는 삶을 이루기 위해서는 내 몸 상태부터 건강히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불혹은 또 그 무엇을 내게서 바꾸어 놓을까. 솔직히 말해 걱정이 앞선다. 붙들 수 없는 시간이 나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 불혹의 불안을 기록해 보기로 한다.




사진: UnsplashSorina Bind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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