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가장 먼저 눈 떠 지글보글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매일 밤 자기 직전 하는 일은 안경 닦기. 넷 중 셋이 안경잡이라 닦아야 할 안경이 많다. 안경은 제일 작고, 안경잡이 제일 신참인 주제에. 가장 험하게 써서 허구한 날 수리하고 새로 맞추는 안경이다. 그 안경을 닦으면서는 유독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삼춘기 큰 동심이와 충돌하지 않는 날이 거의 없는 나날이다. 오늘도 아이에게 못된 말을 해버렸네. 내일은 예쁘게 말해줘야지. 오늘은 무탈했다. 내일도 이러기를. 뭐 그런 식으로. 귀 가려우면 귀를 후비듯 자연스러운 손짓일지언정, 마음은 복잡할 때가 많다.
아침 준비도 안경 닦기도 고요히 홀로 하는 나만의 루틴이다. 가끔, 우리네 인생이 무대에서 펼쳐진다면... 하고 상상해 본다. 어떤 날은 가족물이다가 어떤 날은 잔혹극, 또 어떤 날은 시트콤이라 이름 붙일 것이다. 제각각의 하루가 모여 만들어내는 하모니를 오늘은 뭐라 부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시작과 끝에 내가 있다. 나는 우리 집 극장 지기이며, 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