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엄마집.

by 쑥쑤루쑥

몇 년 만이었다. 본가에 방문한 게. 주로 엄마가 움직이셨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생긴 변화 중 하나였다. 일이 있고 나서 한 동안은 본가에 내려가는 게 두려웠다. 아빠 생각에 마음이 너무 힘들 것 같았다. 다행히, 아빠 서재에 가서 아빠 사진을 보고 울지 않고 인사했고, 그럭저럭 잘 있다 왔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달라진 집이었다. 엄마가 호령하던 주방은 어딘가 어수선했고, 엄마 손길이 지나는 곳마다 남던 광택이나 칼각 대신 묵은 때가 자리했다. 식구가 줄었으니 집안일은 줄었으나, 이제 기력이 젊은 시절에 비할 수 없다. 게다가 일과 중 건강관리에 쏟는 에너지가 해가 갈수록 는다. 그러니 엄마는 최선을 다해 에너지를 안배중일 것이다. 나만 해도 주부 10년 만에 날 위한 시간이 간절해져서는. 집안일에 쓰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걸. 45년 차 주부는 오죽할까.


그러다가 하필이면 작은 동심이 잠옷을 깜빡하는 바람에, 아이가 할머니의 반소매티를 입었다. 아이가 입으니 원피스가 따로 없다. 화려한 꽃무늬. 어릴 때 내가 좋아하던 엄마 옷이며, 엄마의 엄마가 엄마에게 사 준 옷. 묵은 때가 거슬려 몇 년 만에 찾은 엄마집에서 걸레질을 하는 내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작은 동심이가 합류한다. 증조할머니의 손길이 닿은 옷이 아이가 움직일 때마다 치렁치렁거린다. 그러자 곧 큰 동심이가 합류한다. 그렇게 셋이서 할머니집 청소에 손을 보탰다. 엄마는 미안해하신다. 미안해하지 마시라는 내 말이, 손주들까지 하고 만 걸레질이 엄마를 더 분주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집안 대신 엄마의 심신에 광 내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깟 묵은 때를 좌시할 수 없는 딸은, 가끔 본가에 갈 때마다 걸레질을 좀 해야겠다며 다짐한다. 지금처럼 엄마가 집안보다는 엄마 자신을 돌봤으면 한다. 아빠도, 할머니도 없지만 아빠의 흔적이, 할머니의 손길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이상한 엄마집에서.




사진: UnsplashPAN XIAOZH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