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으로 일이 몰린다. 그럴 땐 사실상 먹고, 자고, 씻고, 육아와 살림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일에 쏟기 때문에 글을 쓸 시간이 없다. 단호박에 숟가락 꽂기 뺨칠 정도로 심신이 빡빡해져서, 나는 한껏 예민해지고 일과가 무척 건조해진다. 몹시 바빴던 또 한 번의 시간이 끝나간다. 오랜만에 노트북 앞에서 일을 위한 글 말고 날 위한 글을 쓴다.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밥벌이 앞에서는 매번 너무 당연하게 글쓰기가 뒤로 밀린다.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해 본다(아무도 뭐라지 않았다). 글이 돈이 되진 않으니까. 일단 돈은 벌어야 하니까. 꾸준함은 또 어떻고. 좋아하면 당연히 꾸준히 하는 건 줄 알았지만, 매번 쉬어갔다. 글은 건너 뛰어도 매일 일과를 가득 채우는 사소한 일들은 건너뛸 수 없으니까. 그러는 사이, 구독자를 개척하려는 인위적인 노력 없이도 아주 소소하게 늘어 100에 가까워졌던 구독자 수가 급감했다. 하하하.
또각또각. 기분 좋게 이어가던 자판 두드리는 소리마저 흐름이 툭툭 끊긴다. 야속한지고. 얼마 후면 또 바빠진다. 다시 흐름이 끓기더라도. 오랜만에 일단 흔적을 남겨본다. 브런치야, 나 왔어!
사진: Unsplash의Aaron Bur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