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동심이가 다니는 학원은 아직 예체능 위주다. 선행학습이 당연해진 시대. 진작에 국영수사과 위주로 재편하는 게 이 곳 학군지 나름의 대세인 것을. '아직까지는' 자유롭게 에너지를 발산하고 개성이 용인되는 경험을 더 많이 했으면 해서 머물러 있다. 또래를 만나면 학원을 몇 개나 다니는지 서로 묻는 모양이다. 예체능은 학원으로 안 치는 게 자기들의 국룰이란다. 그러면 자기는 학원을 두 개만 다니는 거라며. 얼마 전 만난 친구가 큰 동심이를 무척 부러워했다고 한다.
수학학원은 원래 주3회 90분 수업이었다. 시작은 상당히 늦은 편이었다. 원장님께 조심스레 여쭤봤었다. 당분간은 60분만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숙제도 안 내 주실 수 있는지. 그저 거부감 없이 수학과 서서히 친해지는 게 제일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선행 내지는 빨리 진도 나가는 것도 관심 없었다. 수업 시간에 하는 걸 천천히 소화하면 그걸로 족했다. 나름의 규칙이 있는 곳이라 정말 조심스레 여쭤본건데, 원장님이 흔쾌히 수락하셔서 여태 그렇게 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말했다. 90분 다 해보고 싶다고. 정말 괜찮겠냐고 되물은 건 나였다. 좋아하는 과목도 예체능 일색이던 아이가 그 무렵 말했다. 수학이 재미있다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 숙제도 해가겠다고 선언하는 게 아닌가. 요즘 수학이 너무 재미있다고 숙제도 정해진 분량보다 더 많이 하겠다는 걸 무리하지 말라고 말리곤 한다.
어려운 문제에 좌절도 해보고, 착실히 진도 나가는 또래에 자극도 받아 보는 것. 대체로 '해야 하니까' 하는 공부를 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것. 재미로 배가된 성취감을 맛보는 것. '공부'에 있어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단추가 적어도 한 번은 성공적으로 채워진 것 같다. 그것도 생각보다 빨리. 아이는 수학이 좋아졌다고 했다. 나도 좋다. 진도 말고, 과목 말고. 공부를 대하는 아이의 태도가 자기 주도로 진일보한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