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를 얻기 위해. 아이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일부러 다른 엄마들과 교류하는 엄마들이 있다. 나는 아싸이기도 하거니와, 지내보니 그 '정보'랄 것이 별게 아니었다. 심지어 제 아무리 좋은 정보라도 내 아이에게 맞을지는 직접 부딪혀봐야 안다. 그러니 정보 그 자체만으로는 큰 효용이 없었다. 친구관계도 마찬가지. 오히려 아이들 사이의 미묘한 관계 변화에 어른들까지 영향을 받아 그룹이 와해되는 걸 많이 봐왔다. 아이랑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가 엄마끼리 친한 집 아이일 확률은 낮다.
작은 동심이 유치원 반 친구 중 하나가 학원 수업이 같다. 유치원 오가다가, 학원 하원 때마다 얼굴을 마주치다 보니 그 엄마와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지낸다. 마침 첫째가 성별도 나이도 같아 가끔 아이들 이야기도 한다. 그 엄마가 물었다. 이번 주 무슨 요일에 시간 있냐고. 다른 집 아이와 키즈 카페를 가기로 했는데 우리 아이도 같이 가자는 것이다. 일단, 고마웠다. 근데 나는 못 간다. 다른 일정이 있다. 그리고 안 간다. 이 엄마랑은 그럭저럭 두어 시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이 이름만 들어온 또 다른 엄마는 어떨지 모르겠다.
큰 동심이와 학원 수업이 겹쳤던 어떤 친구가 있었다. 학원 마치고 그 친구 엄마가 동심이까지 간식을 사준다고 했나 보다. 그 집 엄마폰으로 동심이가 전화를 했다. 얻어먹어도 되느냐고. 그래서 1,000원 이하로 고르고 감사 인사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렇게 본의 아니게 알게 된 전화번호로 나중에 아주 곤란한 대화가 오갈 줄은 미처 몰랐다. 동심이 입장에서는 아주 억울한 일이었다. 연락처를 몰랐다면 으레 학교 선생님을 통해서 공정하고 깔끔하게 해결되었을 것을, 공연히 오픈된(!) 연락처로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될 뻔한 불쾌한 기억.
그랬다. 연락처를 교환한다는 것은. 즐거운 담소를, 소위 말하는 정보를 나누는 사이라는 뜻도 되지만, 아이들 사이에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다이렉트로 엄마대 엄마가 대립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때 이후로 내 아싸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됐지 싶다. 내게 같이 놀자고 한 아이 엄마는 무난한 사람 같았다. 작은 동심이에게서 전해 들은 바로는 그 집 아이의 언행도 무던하다. 그러니, 이번 거절이 좀 미안하다. 나중에 전화번호를 먼저 묻고 차라도 한 잔 해야 할까. 이웃의 가벼운 나들이 제안에, 소심한 아싸 엄마의 머릿속은 이토록 분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