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특유의 심플함을 나는 난생 처음으로 큰 동심이를 통해 경험하고 있다. 몇 가지 일화를 소개한다.
장면 하나. "엄마, 쇼핑백 좀 줘." "쇼핑백? 엄마 책상 아래 모아뒀어. 거기서 골라. 근데 쇼핑백은 왜?" "내일(개학일) 친구들한테 종이접기한 거 나눠주려고." "그래." 나라면 내용물의 크기 같은 걸 감안해서 쇼핑백 모듬에서 이것 저것 꺼내보고 따져볼 것 같다. 큰 동심이는? 그런 거 없다. 종이접기는 한 줌인데 4절 스캐치북만한 종이백을 골라 아무렇지 않게 담아놨다. 필시 손잡이가 제일 위로 삐죽 올라와 있던 쇼핑백을 집어든 게 분명하다.
장면 둘. 남매는 각자의 사육통에 넓적 사슴벌레 암수 한쌍씩을 키우고 있다. 작은 동심이는 암컷, 수컷의 이름은 무엇, 벌명은 무엇이라 뚜껑에 써놓고 스티커로 예쁘게 꾸며주었다. 큰 동심이는 그런 게 없었다. 어느 날 문득 궁금해졌다. "너는 사슴벌레 이름 안 지어줬어?" "당연히 있지!" "그래? 뭔데?" "넓돌이, 넓순이". 내가 깔깔거리자 아들이 덧붙인다. "이름을 그렇게 함부로 지어야 오래 살지."
장면 셋. 작은 동심이는 패션에 관심이 많다. 내가 꺼내 준 옷 말고 자기가 골라 매치한지 반평생이 넘었다. 셀프 코디 경력이 오빠를 넘어선다. 큰 동심이도 늦게나마 스스로 꺼내 입긴 한다. 그런데 정말 무심하다. 양말을 신다가 바지가 양말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바짓단을 뺄법도 한데. 그냥 다닌다. 상의 앞뒤를 뒤집어 입기도 한다. 맨투맨이 좀 짧아 상체를 수그리다가 살이랑 팬티가 보여도 저언혀 개의치 않는다. 가리려고 신경쓰는 일 따위 없다.
장면 넷. 내가 외출중일 때 큰 동심이가 먼저 집에 왔다. 전화가 온다. "엄마, 어디야?" "응. 지금 어디어디. 집에 곧 가." "알겠어." 툭. 전화 통화가 극명하게 짧다면 상대는 큰 동심이일 확률이 99.999%다. 아이가 더 어릴 땐 이런 게 덤벙거리는 걸로 보여 걱정했었다.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반갑다. 내게는 부족한 무던함이 이거겠다 싶다. 날 닮아 어딘가 내재되어 있는 예민함과 소심함을 희석시켜줄 완소 아이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