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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Jun 23. 2021

아이의 글쓰기

큰 동심이도 날마다 글을 쓴다. 하루에 독서록 한 편씩, 이틀에 일기 한 편씩. 학교 숙제다. 독서록은 열 줄 이상이어야 하고, 일기는 분량 요건은 없다. 둘 다 의무 사항은 아니건만, 나름대로의 인센티브가 있어서인지 꽤나 열심이다. 


곧 한 학기가 끝난다. 둘 다 조금씩 발전하는 게 눈에 보인다. 독서록은 처음엔 아홉 줄이 줄거리요, 마지막 한 줄은 무조건 재미있었다였다. 이제는 인상적이었다도 가끔 등장하고, 이런 장면이 나와서 다행이었다, 저런 장면도 나왔으면 좋겠다까지 왔다. 감상을 표현하는 방법이 조금 다양해졌다. 줄거리를 처음엔 책을 펼쳐놓고 필사했는데, 순서에 연연하지 않는 순간도 가끔 포착된다. 그런가 하면 쓰기 전 구상도 하는가 보다. 오늘은 뭘 쓰지라고 혼잣말을 한다. 일기도 스티커 점수가 욕심나 억지로 하는 것 같더니만, 이제는 일기 한 편은 그리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눈치다. 


나는 독후감이 고등학생 때까지 그렇게 싫었다. 사실 서평은 쓰면서도 나 스스로 여전히 형식에 좀 얽매인단 느낌이 있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일기는 달랐다. 시작은 나도 초등학생 때 숙제였다. 하지만 독후감보다는 친숙하고 더 쉬웠으며 더 재미있었다. 고등학생 때는 거의 날마다 썼고, 대학생 때는 글감이 생각날 때마다. 직딩이 되고부터는 정말 가뭄에 콩 나듯 했다. 그래도 일기는 언제든 내 얘기를 편하게 받아주었다. 


스케치북에 그리고 싶은 걸 자유롭게 그리듯, 쓰고 싶은 걸 자유롭게 펼치는 게 일기라고. 그 어떤 순간에 대해서도 쓸 수 있다고. 슬픈 일, 속상한 일도 일기에 쓰고 나면 마음이 좀 가벼워진다고 동심이에게 말해주었다. 그림 잘 그리는 게 재주이듯, 생각과 감정을 글로 잘 나타내는 것도 재주임에 틀림없다. 글쓰기가 아이의 재주가 될지 알 수 없다. 읽고, 생각하고, 쓰는 것에 동심이가 천천히 친해진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좋다.  






Photo by Jess Baile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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