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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Jan 02. 2023

학원, 요이땅!

큰 동심이는 예체능대파티중이다. 수학은 집에서 나랑 아주 조금씩 해왔다. 하지만 이 일 있으면 건너뛰고, 저 일 생기면 건너뛰는 식이어서 꾸준하게 이어가는 느낌이 부족했다. 이제는 규칙적으로 공부하는 걸 겪어봤으면 해서 동네 수학학원에 상담을 다녀봤다. 동심이 인생 첫 수학 학원이다. 


거짓말 살짝 보태 몇 걸음마다 학원 간판이 쏟아지는 곳이라, 집에서 초초초초초초근거리인 곳 세 곳에 상담을 했다. 모두 내게 물었다. 선행은 어디까지 했죠? 혹시 선행은 했나요? 가 아니었다. 선행이 당연한 거였다. 그나마 집에서 푸는 문제집도 학교 진도보다 살짝 늦다. 문제집 이름을 말하자, 그건 안 해도 되는 거라며 타박하는 곳도 있었다. 그 정도는 양반이다.  


3학년 2학기에 아직도 선행을 안 한다니 댁의 아이는 '이미 늦었다'는 소리를 지껄인 곳도 있었다. 원장은 아이 단원 평가 점수를 내게 물었다. 모른다고 대답했다. 학교 선생님이 굉장히 꼼꼼하셔서 집에서 따로 공부가 필요한 사람이면 연락을 주시는데 그런 연락은 받은 적이 없다. 그리고 띄엄띄엄이나마 집에서 직접 지도해와서 아이가 부족한 부분이 어딘지 내가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원장은 나를 아이를 방치한 무책임한 엄마로 쐐기를 박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한 곳을 골랐다. 아직까지는 수학에 큰 흥미를 보이지 않는 큰 동심이가 비교적 부담감 없이 다닐 수 있는 곳이었다. 수업시간도 최소한으로 시작할 수 있고, 교재도 재미있어 보이고, 오답 풀이 과정을 거치는 게 마음에 들었다. 


학원에 보낸다고 아이 실력이 드라마틱하게 향상될 것이란 기대는 별로 하지 않는다. 나름대로 고심해서 고른 학원이 아이에게 맞을지도 다녀봐야 알 일이다. 어쨌든, 수학(이라 말하고 공부라 읽는다)을 향한 여정이 이제 곧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사실, 최근 큰 동심이는 수학의 장점을 발견했다고 했다. 바로 팔이 아프지 않다는 것. 귀찮게 글씨 쓰지 않고 암산으로 풀 수도 있다는 엉뚱한 대발견(!)을 한 아이의 여정이 순탄하기를. 부디 바래본다. 




Photo by Chris Liveran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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