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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Jan 24. 2022

아직 10살이니까

큰 동심이 방학이 꽤 길다. 봄방학 없이 겨울방학만 8주. 유딩이도 개학한 마당에 우리 집 초딩이는 시간 폭탄 속에서 유유자적 하루를 보낸다. 


원래도 학원을 많이 보내진 않았다. 매너리즘에 빠진 듯 보이는 두 곳을 아이와 상의하여 관뒀다. 그리고 새로운 수업을 두 가지 시작했다. 하나는 기타. 첫 음악 수업이다. 피아노는 작년이었나 집에서 내가 한 옥타브만 알려줬을 뿐인데, 자신감 충만하여 더 배우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한다. 응? 지난 한 해 학교에서 실로폰을 배운 걸 보니 조금, 아주 조금 더 늘긴 했다. 그래, 도레미파솔라시도 칠 줄 아는 게 어디냐.


나머지 하나는 미술. 어설픈 엄마표 미술놀이는 꽤 해봤다. 다행히 아이는 너무 즐거워했지만, 더 늦기 전에 전문성을 갖춘 선생님에게 배워봤으면 했다. 이 또한 자기는 자기 그림에 불만이 없다며 아이는 거부했음이다. 그리도 좋아하는 쿠쿠 이모에게 배운다는 조건으로 가열차게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다. 


어쩌다 보니, 교육열 센 걸로 빠지면 섭한 동네에 살고 있다. 영어, 수학은 미취학일 때부터 줄기차게 들어왔던 소재. 이제는 과학, 역사, 사회, 선행, 영재 수업 등의 화두가 엄마들 사이에선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나이. 그 많은 학원의 방학 특강은 애저녁에 조기 마감이란다. 생각해보면 나 때도 그런 목소리가 있었다. 그들에 따르면 중요하지 않은 방학이 없었다. 항상 뭔가를 준비해두는 게 좋다고 했다. 한 마디로, 미리 더 많이 공부하란 얘기였다.  


나는 원래도 아싸이지만 올겨울 더욱 귀를 닫아보기로 했다. 대단한 소신이 있어서가 아니다. 가끔은 불안한 이 내 마음을 그렇게라도 진정시키는 거다. 입시를 향한 공부. 하기 싫어도 내달려야 할 시간이 언젠간 올 것임을 알기에. 아이가 공부에 쫓기지 않고 예술적 소양을 키워보는 데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다. 아직 10살이니까. 다행히 둘 다 재미있어하는 아이가 그저 기특하고 고맙다. 





Photo by Chris Lawt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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