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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Mar 31. 2022

엄마 숙제

3학년이 시작인가 

3학년 된 지 한 달. 큰 동심이와 나는 늘어난 숙제량에 아직 적응 중이다. 2학년 때는 숙제가 거의 없었고, 1학년 때는 숱한 학습 꾸러미가 있었지만 등교를 자제하던 코시국이었으니 예외라 친다. 엊그제는 두 과목 숙제 봐주는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만큼 집안일이 밀렸고, 자기랑 놀아달라 떼쓰던 작은 동심이는 방치되었으며, 나는 큰 동심이 앞에 신경질적인 선생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숙제가 이상하다. 어른 도움 없이는 해낼 수 없다. 수학 숙제는 그나마 낫다. 학교에서 틀린 문제 고쳐 푸는 걸 다 못한 친구들이 집에서 해온다 (부모의 확인 서명을 명 받았다). 그 정도면 8,9할은 학교에서 해 온 것이니 크게 부담이랄 것도 없다. 그런데 사회 숙제가 뒷목 잡는다. 우리 동네에서 내가 소개하고픈 주요 장소를 정하고, 그 장소들을 국토부 산하 플랫폼에 들어가 지도에서 찾아본 후, 위치를 소개하고 종이지도에 표시해오란다. 큰 동심이는 컴퓨터를 조금은 쓸 줄 알고, 독수리 타법 정도는 구사한다. 하지만, 그 정도론 역부족이다. 아직 방위 개념도 지리 개념도 없는 초삼이가 대관절 이걸 어찌 혼자 할 수 있겠는가.


난생처음 해 보는 류의 숙제를 일단은 같이 해치우고, 그날 밤 나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 어릴 때도 숙제는 있었다. 잘 모르는 건 하다가 부모님께 살짝살짝 여쭤볼 순 있어도, 기본적으로 능력 밖의 숙제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게다가 잘 모르는 아이들을 모아다가 나머지 공부도 하지 않았던가. 


육아 선배는 조언했다. 시대가 달라졌다고. 집에서의 학습 도움은 필수라고. 생각해보니, 초등 학원이라곤 예체능이 다이던 시절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지 싶다. 거기까진 인정. 이런 숙제가 앞으로 얼마나 더 자주 나올지 솔직히 두렵다. 


해가 갈수록 아이가 스스로 해내는 부분이 느는 게 기뻤다. 그리고 아이의 성장에 힘입어 나 또한 이렇게 글을 쓰고 다시 미래를 구상해볼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날마다 자기 인생에서 가장 기특해지고 있는 우리 집 초삼이는, '학교 숙제'라는 복병을 만나 헤매는 중이다. 아이 숙제가 엄마 숙제인 시대. 정상적인 발달과 숙제 사이의 간극은 언제쯤 좁혀질 것인가. 이건 간극의 문제인가 우리 모자의 문제인가. 정말이지 혼란스럽다. 




Photo by Joshua Hoehn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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