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과 제2의 목젖(암덩이)을 제거하기 위해 목을 째고 난 후 회복실에 있을 때였다. 아마도 산소호흡기를 차고 있었을 텐데,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선생님을 아무리 외쳐봐도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고, 아프기만 무지막지하게 아팠다. 기껏 살아보겠다고 수술했는데 이렇게 죽나 싶었다. 그 후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게 아마 내 공황발작의 시작이었던 듯하다. 숨을 쉬고 있는 게 분명할 텐데도 숨을 한참 동안 참은 것처럼 숨이 막혀오는 것이 내 공황발작의 주된 증상이다.
몸이 어딘가 불편하거나, 스트레스나 불안이 심해지면 식은땀이 흐르며 숨이 막힌다. 곧 죽을 것만 같이.
죽지 않는다.
이걸로는 죽지 않는다.
이렇게 되뇌며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비상약을 집어삼킨다. 실제로 의사 선생님들이 내게 해준말이다.
사실은 난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도 발작이 올 때가 있다. 가령, 누워서 별것 아닌 잡생각을 하다가도. 아주 약간의 스트레스마저 트리거가 되는 모양이다. 이럴 때도 조용히 일어나 비상약을 삼킨다. 그럼 좀 나아지는데, 바로 안정이 된다기보다는 약을 먹었으니 이제 곧 괜찮아질 거라는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는 것 같다.
사람들을 만나는 데에도 불편함이 생겼다. 차를 타고 조금만 이동해도 심한 멀미가 일어 숨을 못 쉬겠는 거다. 혹시나 해서 비상약을 먹었더니 가라앉았다. 이제 차 탈 때도 비상약을 먹고 타거나, 중간에 약을 먹어줘야 갈 수 있다. 그래서 남편의 차에는 비상약과 물이 준비되어 있다.
내 오랜 친구들은 내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장소까지 와준다. 잠깐이라도 내 우울을 날려주려는 마음이 보여 참 고맙다. 때때로 오전에 아들 친구들의 엄마들과 차도 한잔씩 하는데, 중간중간 힘들어할 때 내 사정을 알고 이해해 주셔서 참 감사하다.
아무튼 나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우울하고, 약 먹고, 친구들 만나서 수다 떨고, 신이 났다가, 죽을 것 같고, 무언가를 끄적이다가, 하루종일 누워있고. 뭐 이렇게.
혹시나.
우울해서 견딜 수 없어 몸서리 쳐지는 날이 있더라도, 그냥 나 같은 평범한 아줌마도 평범하게 살아가는 중이니. 같이 살아가자고. 그냥 그런 말을 문득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