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

이토록 치밀한 복수가 있을까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기이한 영화다. 개연성이나 인과관계 등을 따져가며 볼 만한 작품이 아니다. 영화 자체를 하나의 창조된 세계임을 염두에 두고 봐야할 작품이다. 컬트의 대가,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가상 세계에 관대해질 것. 영화를 감상하기 전 갖춰야 할 태도다.

영화는, 할리우드 배우와 감독의 관계를 주축으로, 로맨스와 미스터리 요소들이 뒤섞여 있다. 이 요소들의 진상을 찾아가는 여정에는 판타지와 공포도 동반된다. 다양한 요소들이 어우러진 이 영화는, 기이한데다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하지만 감독 특유의 개성이 고스란히 반영됐기에 '개성 가득'하다. 독보적인 스타일을 갖췄기에, 대중적이진 않지만 마니아층에게는 극찬 받는 작품이다.

영화가 끝으로 치닫기까지 미스터리의 실마리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데, 결국 기이한 사건들의 원인은 사랑으로부터 기인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사랑이 질투로, 질투가 증오로, 증오가 복수로 이어지면서 벌어진 사건들이다. 이 사실을 확인하게 된 순간, 데이비드 린치의 치밀하고도 섬세한 각본과 연출력에 혀를 내두를 것이다.

다시금 강조하고 싶지만, 데이비드 린치의 상상력은 천재적이다. 단순할 수 있는 소재들을 비범하고도 독특하게 엮어내는 능력을 지닌 그. 그래서인지, <멀홀랜드 드라이브>에 대해 다양한 해석과 감상평들이 존재한다. 다양한 소재와 캐릭터, 복잡하고도 개별적이어서 좀처럼 이해할 수 있는 장치들이 등장하지만, 결국 그것들은 하나로 응집된다(이토록 치밀한 복수가 또 있을까).

한 번 중독되면 헤어나올 수 없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 작품들의 마력. 모든 이들에게 권할 만한 작품들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일견을 시도해보는 건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판단은 경험 이후에 해야 함이 마땅하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판타지 로맨스 <나의 엔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