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숨결이 바람 될 때>

서른 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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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의 의미를 새기게 만드는 책 <숨결이 바람 될 때>. 이 책은, 저자 폴 칼라니티가 그의 생애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것들 중 하나다. 체력과 정신, 시간 모두가 부족한 상태에서 원고의 일부만을 마친 채 떠나버린 저자. 과연 그는 어떤 사람이었기에 완성조차 안 된 책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게 만들었을까.

<숨결이 바람 될 때>는 폴의 자서전이다. 전문의를 앞둔 신경외과 레지던트 마지막 해를 보내던 그의 나이는 고작 서른 여섯이었다. 혹독한 생활을 보내느라 정작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한 그는 갑작스러운 폐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이 책은 그가 죽기 전 2년 간의 기록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낯설다. 의사로서, 숱한 죽음을 목격해온 저자도 막상 죽음 앞에서는 태연할 수 없었다. 책에는 저자가 보내온 레지던트의 삶이 비교적 자세히 기록돼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의사에서 환자로)뒤바뀌자 죽음에 태연하지만은 않은 모습과 과거에 대한 뉘우침이 비춰진다.

'그 순간 환자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했던 예전의 기억들이 몰려왔다. 걱정하는 환자에게 퇴원을 밀어붙였던 일, 다른 급한 일들 때문에 환자의 고통을 외면했던 일, 내가 진찰하고, 기록하고, 몇 가지 진단으로 깔끔하게 분류해버린 환자들의 고통, 그리고 내가 보지 못한 고통의 의미들이 전부 부메랑이 되어 내게로 돌아왔다. 복수심에 불타고, 분노하고, 냉혹한 모습으로.' 110쪽

한편, 고통과 죽음은 직접 당면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것임을 고백한다. '환자는 의사에게 떠밀려 지옥을 경험하지만, 정작 그렇게 조치한 의사는 그 지옥을 거의 알지 못한다.' 129쪽
그렇다, 폴은 '진짜' 지옥 같은 고통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진짜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법'들을 실행한다. 인간다운 죽음은 삶을 향한 끊임없는 투쟁임을 몸소 실천한 폴. 그는 몸이 어느정도 안정기에 다다랐을 때, 다시 병원으로 복귀한다. 다소 둔감해졌지만 적응해나가며 하고자 하는 일을 해낸다(비록 오래간 이어지진 못했지만).

또한, 힘든 결정과 과정을 딛고 딸까지 얻는다. 세상 가장 아름다운 존재까지 남기고 떠난 것이다. 병약했지만, 가치 있는 활동들로 죽음 직전까지 자신만의 정체성을 갖고 치열한 생존기를 펼친 폴. 그의 굳건한 정신력과 실행력은 과연 어디에서부터 기인됐을까.

폴은 의사이기 이전에 문학도였다. 문학 뿐만 아니라, 철학과 과학과 생물학, 역사 등에 관심을 갖고 두루 공부했다. 그리고 그 사이의 교차점을 찾고자 고군분투했다. 그는 단 한 순간도 자신의 시간들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특히, 문학과 철학이 폴의 성숙한 정신력을 고양시켜준 핵심 요소로 보여진다. 짧다면 짧은 삶이지만, 치열하게 살다 간 폴의 자전적 이야기는 웬만한 소설보다 더 깊은 울림을 전한다.

죽음을 염두에 두면, 가치 있는 삶에 대해 조금은 더 사려 깊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폴의 고백처럼 죽음에 당면하기 전까진 그것을 온전히 알진 못하겠지만, 우리 모두가 유한성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삶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을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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