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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침묵>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스포일러 있습니다



그 남자의 사랑법. 나는 <침묵> 속 부 제목을 이렇게 부르고 싶다. 주인공 임태산의 묵묵하고도 묵직한 사랑법을 다룬 이 영화는, 사랑의 감격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진실을 쫓는 범죄, 법정 영화로써의 맥락을 따른다.

진실을 쫓기까지의 과정은 끊임없는 의문점을 갖게 만드는데, 이 미스터리를 지켜보는 것이 꽤나 흥미롭다. 임태산의 여인 유나를 죽음에 이르게 한 용의자는 누구일까. 유나를 죽이고 싶을만큼 싫어했고, 죽음 직전에 함께했던 임태산의 딸, 임미라가 용의자 선상에 오른다. 영화는 이렇게 답을 정해두고 시작한다.



사랑하는 여인을 잃었지만, 또 다른, 아니, 연인보다 더 사랑하는 딸 미라의 인생도 지켜야만 하는 아버지 임태산. 그는 딸의 무죄를 입증하고자 변호사 최희정을 고용한다. 그 반대편에는 검사 동성식이 있다. 희정과 성식은 선후배 관계이자 옛 연인이다. 개인적 친분이 있지만, 법정에서는 그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며 진실을 파헤치고자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에서 진실은 임태산의 손을 들어줄 것처럼 보여진다. 사건의 진실이 거의 밝혀질 때쯤, 또 다른 의문점을 유발케 만드는 사건이 발생한다. 진실이 들어있는 CCTV 원본이 등장하면서 말이다.



사건은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긴박하게 진행되던 진실 쫓기가 종결에 이른 듯 보일 때쯤 그 모든 과정과 시간들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느껴졌을 때 오는 허무함. 거기에 더해, 진실을 향한 새로운 의문감이 가중돼, 관객들은 또 다른 시작을 경험하게 된다.



진실을 쫓는 과정에서, 재력가 임태산은 갖은 방법으로 딸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동성식을 찾아가, 지위를 사주겠다고 하는가하면, 자신에게 충성하는 이들을 돈으로써 사들여 용의자로 탈바꿈시킨다. 증거들을 회수하고 협박하는 등의 과정에서 임태산의 '민낯'이 드러난다. 그의 민낯은 치졸하기 짝이 없다.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관념이 뿌리박힌 임태산의 모습은 많은 이들을 분노케 만든다. 하지만 그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된다.

이렇게 갖은 방법들을 따라가다, 진실이 담긴 CCTV 원본이 증거 자료로 채택되면서,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더불어, 밝혀진 진실 역시 진실이 아니라는 게 비하인드 스토리가 드러나는데, 그 과정에서 관객들은 묵직한 부성애를 확인하게 된다.



영화는 다양한 의문과 반전으로 뒤덮여 있다. 부성애를 말하기 위해 치열하게 달려온 시간들은 관객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오랜만에 보는 최민식의 멜로, 가족 드라마에 울컥.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모든 고초들을 묵묵히 이겨내온 시간들을 알게 됐을 때 또 한 번 울컥할 것. '믿고 보는 배우, 최민식'이라는 말에 걸맞은 명품 연기를 선보인 그는 이번 영화에서 또 한 번, 자신의 수식어를 입증해보였다.

최민식 뿐만 아니라, <침묵>은 다양한 요소들의 어우러짐으로 완성도를 높인 작품이다. 박신혜, 박해준, 이하늬, 류준열 등, 출연 배우들 모두의 우수한 연기력과 감독 정지우의 힘 있는 연출이 가히 인상적이었다. 다만, 류준열. 그러니까 유나의 사생팬 역을 한 동명의 등장이 꼭 필요했을까, 라는 의문이 든 관객들도 있겠지만 필자의 입장에서 그의 등장은 영화에서 유일하게 '오락' 요소를 더해줬을 뿐 아니라, '맥거핀'의 역할로도 필요충분 캐릭터라고 본다.



이 영화의 원작은 <침묵의 목격자>다. <침묵>과는 또 다른 스토리를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니,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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