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영화 <서울역>

좀비보다 더 무서운 인간 군상

<부산행>으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게 된 연상호 감독의 두 번째 좀비 프로젝트(?)인 <서울역>을 감상했다. 늘 사회적 모순을 꼬집어온 감독의 이번 작품에서도 그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무시무시한 좀비들일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그들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인간이라는 점을 각인시켜 준 작품이다.

영화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노숙자를 보여주면서부터 시작된다. 의문의 바이러스가 시작된 서울역 일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생존을 향한 사투. 이 과정은 역시나 험난하다. 가출한 소녀와 그녀의 남자친구, 그리고 소녀의 아버지를 중심ㅇ로 펼쳐지는 좀비와의 혈투는 공포와 긴장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영화가 끝 지점에 다다랐을 땐, 좀비보다 더 무서운 인간 군상의 단면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서울역>에는 줄곧 이미지와 대사를 통한 풍자들이 상징적으로 펼쳐진다. 특히, 오갈 데 없는, 몸을 누일 집 한 채 없는 무수한 사람들의 모습과 역내 옥외 광고판에 새겨진 아파트, 오피스텔 분양 등의 카피들이 대조를 이루면서 보여지는 사회적 모순. 영화의 끝에서 확인할 수 있는 충격적인 반전이 선사하는 사회의 공포와 부조리 등은 여느 애니메이션 영화들에서 만나볼 수 없는 사회성을 내포한다. 한편, 계엄령을 상징하는 장면들과 ㅈㄷㅎ 전 대통령을 쏙 빼닮은 인물의 등장 역시 영화의 숨은 의미를 드러내는 요소들이다.

좀비들보다 더 무서운 인간 군상을 보여준 영화 <서울역>. 다시 한 번 연상호 감독의 작가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