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내 취향의 도서이다. 저자 오찬호는, 이 책을 이렇게 표현했다. '감정 오작동 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실천 인문학'. 앞선 문장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저자는 현 대한민국 사회를 '감정 오작동 사회'라고 표현했다. 하나도 괜찮지 않은 사람들이 많고, 괜찮지 않아야 될 사람들이 괜찮은 상태로 살아가는 사회. 서로가 서로를 끌어내리고 폭력을 휘둘러야 마땅한 감정을 안고 살아가는 사회. 책을 통해 저자는 이같은 사회가 변하기 위해서는 오작동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개인이 바로 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책은, "우리 사회는 뜨거울 때 차갑고 차가울 때 뜨거운 게 문제"라는 통찰을 토대로 사회에 만연한 다양한 폭력의 사례들을 제시한다. 인종 및 성차별, 여성혐오, 노키즈존, 집단 따돌림, 사회적 지위에 따른 차별, 꼰대 근성 등 다양한 소재의 사례들을 통해 '하나도 괜찮지 않은 사회의 민낯'을 독자들에게 고발한다.
나는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를 읽으면서 울분과 공감, 때로는 눈시울을 붉힐 때도 있었다. 그나마 이같은 감정을 지니고 있다는 것만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낯 뜨거운 줄 아는,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 사람답다고 위로하는 저자의 생각에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부끄러움은 인간만의 감정이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의도했든 아니든 상대에게 실질적 피해를 줄 때는 물론이고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모든 순간마다 예외 없이 느껴야 하는 겸언쩍은 감정이 바로 부끄러움이다. - p. 111
나 역시, 근로자로 살아가고 있고 여성으로서 몇 차례의 차별(혹은 우대)을 받아왔다. 더하여, 저자가 말한 '젊은 꼰대' 짓도 했던 때가 있었다(물론, 지금도 누군가는 그렇게 여길지도 모른다). 이런 나의 과거의 경험들이 뇌리에 스치면서 들었던 복잡한 감정들을 아우르는 이 책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생각하고 다짐하게 만들어줬다.
저자는 '헌법처럼만 살자'고 강조했다. 빌어먹을 사회를 만든 것이 우리(개인)임을 직시하고, 스스로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인의 변화 없이 나쁘든 좋든 사회가 변화된 적은 없다. 사회는 사람 하기 나름이다'라는 말은, 다소 진부하기는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책의 핵심 문장이었다. 개인은 생명이 끝이 나면 사라지지만 사회는 사라지지 않는다. 사회, 인류는 흐른다. 어찌됐든 폭력과 어둠이 존재하는 현 사회는, 갈등이 있더라도 바뀌어야만 한다.
갈등 없는 발전은 있을 수 없다. 누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에 반기를 들지 않고서는 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갈등은 그 자체로 나쁜 개념일 리 만무하다. 하지만 갈등을 유발하는 자는 평화롭게 보였던 질서를 '깼다'는 이유로 바위에 계란을 던진 대가를 치른다. 특히 노동의 지위가 낮은 자들이라면 분수를모르고 설친 죗값을 치러야 한다. - p. 196
폭력은 답이 아니다. 폭력은 신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언어, 지위의 압박과 폭력은 좋은 사회에선 없어져야 할 것이다. 자존감을 지닌 개인이 타인의 다양성을 인정, 조중할 때 비로소 더 나은 사회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자존감을 '자아 존중감이라는 사전적 뜻에서 한걸음 나아가 자신감이 없어도 인간의 존엄성이 유지되는 상태'라고 정의하고 싶다. - p. 229
다른 생각을 금지시키니 '다양성'이라는 개념에 어긋난 건 아니냐고 따져볼 수도 있겠지만 혼란이 온다면 이것 하나만 명심하면 된다. 다양성은 '절대 악'이 저지르는 폭력에 맞서기 위한 개념이지 악을 악이 아니라고 할 때 적용될 수 없다. - p. 239
개인이 먼저 주체로 서야 타인과의 경계를 인식하여 존중할 수 있고, 책임질 한계가 명확해지며 집단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에게 최선인 사고를 할 수 있다는 말. 전적으로 동의한다. 결국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는 더 나은 개인이 되고자 하는, 최소한 타인에게 심신적 폭력을 가하지 않는 개인이 되고자 하는 바람과 권장이 깃든 책이다.
이 책은 함께 읽고 토론하기에 좋은 소재들로 다분하다. 독서 모임 시 활용하기에도 좋을 것이다.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를 읽고 (부끄러움에)얼굴이 붉어진다면,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증거다. 병폐로 가득한 사회를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개인이 되길 바라자(물론, 나부터 변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