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달콤한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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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의 독자들에게 충고 한 마디 하자면, '절대 제목에 속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제목과 달리, 이 소설을 절대 달콤하지 않다. 달콤은커녕, 차갑고 미스터리한데다 섬뜩하다. 아마, 이 소설의 분위기는 첫 문장만으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기가 죽었다'라는 문장으로부터 출발하는 이 소설. 이 짧고 굵은, 외마디 비명 같기도 한 이 문장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가는 주 소재이다.


사실,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첫 문장처럼 아기가 죽는데, 하나가 아닌 둘이 죽게 된다. 그 죽음의 피의자는 다름 아닌 두 아이의 보모이다. 그렇다면 보모는 '왜' 아이들을 죽였을까. 그것도 특별한, 직접적인 이유도 없이 말이다.


'아기가 죽었다. 단 몇 초 만에. 아무것도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 특별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의문의 살인. 당연히 소설의 첫 문장에 대한 호기심을 품은 독자들은 이 죽음에 대한 이유와 비극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궁금해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야속'한 것은, 보모의 살인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비극의 장면에 대한 묘사조차 없다. 그저, 벌어진 비극의 결말과 보모와 아이들, 아이들의 부모 및 보모를 둘러싼 몇몇 사람들의 일상만이 스케치될 뿐이다.


소설은 시종일관 보모 루이즈를 중심으로 그녀를 이야기한다. 그녀가 두 아이와 이들의 부모와 보내는 시간들, 근무를 끝내고 홀로 보내는 시간들, 심지어 그녀의 과거(딸, 남편의 이야기)들까지…. 그런데, 독자들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배신을 느끼게 될 것이다. 300페이지에 이르는 기나긴 주인공의 일상 묘사에도 불구하고, 루이즈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부모, 미리암과 폴은 루이즈를 천사, 수호신 쯤으로 생각한다. 자신들의 일을 향한 열정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성심성의껏 돌봐줬기 때문이다. 어디 그 뿐인가. 집안 청소며 빨래, 음식 솜씨까지 훌륭한 그녀를 주변 사람들에게 극찬하기까지 한다. 이런 루이즈에게 미리암과 폴은 관대하다. '초창기'에는…. 함께 여행까지 떠날 정도로 루이즈를 가족처럼 받아들이려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루이즈의 조금은 이상한 행동들(미리암과 폴의 생활 방식과 다른) 때문에 그들은 루이즈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루이즈는 사실,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딸 스테파니와 남편과의 이별, 빚더미, 간신히 몸을 누일 수 있는 누추한 월세방. 루이즈를 둘러싼 것들이다. 아픔과 슬픔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살아가는 루이즈에게 과연 행복이라는 게 존재할까. 그나마 그녀에게 위안과 행복을 선사하는 것이 미리암네 가정의 행복한 모습들을 지켜보고 그 안에 동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루이즈는 이마저도 거부당한다.


배신과 슬픔, 아픔이 공존하는 루이즈가 아이들을 죽인 것이 이 때문이었을까.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을 때만 자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루이즈는, 미리암과 폴이 새 새명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에 나름의 계획을 갖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한다. 하지만 루이즈의 바람은 혼자만의 것으로 종지부찍게 된다.


'누군가 죽어야 한다. 우리가 행복하려면.'

과연 죽임이 행복을 향한 지름길이 맞는걸까. 이 섬뜩한 문장은 독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인간 관계의 실상을 보여주는 인상깊은 문단이 있는데, 미리암이 차에서 홀로 바깥을 거닐던 루이즈를 발견하던 장면을 묘사하는 부분이다. 오랜 시간을 함께 했음에도, 루이즈의 집도 그녀의 가족 관계도 주변 인물도, 심지어 그녀의 습성의 일부도 몰랐던 미리암의 모습. 이 문단을 읽는동안 필자 역시 인간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에 대해 나는 그들을 잘 알고 있는걸까.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걸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친하다고 생각하며 그들을 내 멋대로 재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루이즈는 늘 똑같은 그 둥근 칼라에 너무 긴 치마를 입고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야기를 착각하고 낯선 세상에 와 있는, 영원히 떠돌아야 할 운명을 선고받은 인물 같아 보인다. 그녀는 자문한다. 루이즈는 어디에 가는 걸까. 정말 그녀였을까. 거기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미리암은 창 너머로 그녀가 사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를 더 관찰하고 싶었다.'

- p. 279~280


과연, 우리가 밞고 선 땅은 달콤하고 행복한 지지대일까?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긴밀하다고 볼 수 있을까? 만약 이 모든 것들이 나와 당신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일종의 비극이라면 그야말로 우리들의 관계는 잔혹하고 슬프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루이즈의 쓸쓸하고 외로운 삶이 빚어낸 칼날보다 시린 비극적 행위. 물론 우리는, 그녀를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달콤한 노래>는 앞선 자문들을 하게 만든 고마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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