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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버드>,
추억 물씬 풍기게 만드는 성장 영화


오는 4월 5일 개봉을 앞둔 영화 <레이디 버드>를 시사회를 통해 먼저 만나봤다. 먼저, 이 영화는 수상 이력부터 많은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75회 골든 글로브 작품상, 여우주연상은 물론, 전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98관왕의 기록을 달성했다. 수상 뿐 아니라, 감독과 배우진들도 기대 요소들 중 큰 몫을 차지한다. 감독은, <프란시스 하>,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우리의 20세기>에서 인상적인 연기력을 뽐낸 그레타 거윅이다. 데뷔작인 <레이디 버드>를 통해, 연기력 뿐만 아니라 연출력까지 인정받은 그녀다. 주인공 '레이디 버드(크리스틴)' 역을 맡은 배우는 <러블리 본즈>, <브루클린>에서 특유의 매력을 유감없이 뽐내왔던 시얼샤 로넌이다. 이 요소들만으로도 필자의 기대치를 높였던 작품이지만, 관람 이후 더 만족하게 됐다는 결론과 함께 리뷰를 시작해보려 한다.


<레이디 버드>는 17세 사춘기 소녀의 일상을 담는다. 뉴요커를 꿈꾸지만, 현실은 비행소녀인 일명 '레이디 버드'의 치열한 일상을 담은 영화다. 영화를 보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요소들이 등장하는데, 실제로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들이 서려있어, 더 진솔한 공감대 형성이 이뤄진 듯한 느낌이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실제 나에게 일어난 사건들은 아니지만 영화의 핵심인 고향, 유년 시절, 그리고 떠남의 정서는 온전히 나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필자는 이 영화를 보며 옛 추억을 회상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심심한 공감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자칭 '레이디 버드'라 이름을 바꿔가며 부모 속깨나 썩게 만드는 미운 17세 소녀의 일거수일투족이 그리 밉지 않았다. 어떻게든 부모(특히, 엄마)로부터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는 모습, 친하게 지내던 친구도 마음에 안 들고, 돈 많고 잘 나가는(?) 듯한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안달난 모습들도 미워보이지 않았다. 물론, 앞선 요소들을 지금의 내 나이에 대입해보면 '철 없다', '허세 가득하다'는 인상이 들겠지만, '저 때는 저럴 수 있지, 나도 한 때는 저런 생각들로 가득했잖아?'라며 사춘기 소녀를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덩달아, 비슷한 마음을 가졌던 나의 과거에 대해 위로받은 느낌이 들어서 기쁘기까지 했다.


반항기 가득한 한 소녀의 모습이 마냥 밉지 않은 이유는, 그녀가 '성장'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대한 반항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자, 갇힌 환경에 대한 해방의 시작이라 볼 수 있다. 레이디 버드는, 한 마리의 새처럼 자유를 갈망하고 나름의 희망을 향해 날갯짓한다. 다양한 방법들로 나름의 꿈을 향한 노력들을 가한 끝에, 목표에 가닿는다. 뿐만 아니라, 친구, 부모와의 관계도 호의적으로 변화시켜나간다. 온갖 밉상짓들은 결국, 성장통의 다른 이름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한 소녀가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지켜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 <레이디 버드>. 곳곳에 유머 코드가 배어있는 덕에, 웃으며 감상할 수 있는 것 또한 영화의 매력 포인트다. 영화는 추억 소환 뿐 아니라, 성장에 대한 많은 사색거리를 남겨준다. 레이디 버드의 성장 뿐 아니라, 자식이 성인으로 자라나면서 겪어야하는 부모의 성장통도 그려진다.


<레이디 버드>는 매력적인 영화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감독과 배우의 필모그래피들이 하나 둘씩 스쳐지나갔다는 것이다. 그레타 거윅의 꿈 많은 여성 이야기를 담아냈던 <프란시스 하>,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매기스 플랜> 등과 꿈을 위해 이방인이 되기를 선택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시얼샤 로넌 주연의 <브루클린>이 연상됐다.


단순한 오락성 뿐 아니라, 사색거리까지 안겨다 준 <레이디 버드>. 4월 5일. 개봉일을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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