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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을 그린 영화 <환절기>

계절이 바뀌는 시기를 의미하는 환절기. 환절기에는 급격하게 변하는 기온과 바람 등으로 많은 이들이 감기 등의 신체적 고통을 겪는다. 영화 <환절기> 속 주인공들도 결정적인 사건으로 하여금 겪게되는 심신의 고통, 즉 '성장통'을 겪는다.


영화의 주인공은, 수현과 그의 엄마 미경, 그리고 수현의 친구 용준이다. 생애 처음 친구 용준을 집으로 데려온 수현. 그런 아들의 모습에 친구까지 믿어버리는 미경이다. 용준은 우울증으로 엄마를 잃었지만, 그럼에도 예의 바르고 차분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세 명의 관계는 무탈하게 흘러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용준과 수현의 관계는 평범한 친구 사이가 아니다. 둘은 연인 사이다. 이 사실을 쉬이 알 리 없는 미경은, 용준을 아들처럼 대하지만 수현의 교통사고로 인해 관계가 삐걱거리고 만다. 사고로 인해 오랜기간 의식 불명의 상태에 놓인 수현을 수발하는 미경은, 온갖 고통에 사로잡힌다. 남편의 외도로 인한 이혼, 떼어놓으려 해도 떼어내지 못하는 용준의 발걸음, 그리고 몸살. 이 고통의 시간은 비단 미경의 것만은 아니다. 용준 역시, 연인의 상실과 미경의 행동,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 등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이들의 고통은 끝난다. 비록 오랜 환절기를 거쳤지만 말이다. 수현은 긴 무의식에서부터 깨어났고, 새로이 아들을 얻은 듯한 미경 역시 활력을 찾는다. 용준 역시, 새 일자리를 찾는 등 더 나은 20대를 맞기 위해 노력한다. 무엇보다 이들의 큰 성장은, 서로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는 점이다. 아들의 성 정체성을 인정하는 미경, 조금은 삐걱대는 듯 보이지만 그럼에도 좋은 기운을 내비치는 수현과 용준의 모습. 이들이 한데 모여 맛있는 식사와 한 잔의 술을 나눠마시는 신(scene)은 환절기 이후에 찾아든 초봄 같은 느낌을 전한다.


명확한 엔딩이 없지만, 전반적으로 밝아진 영화의 색채와 캐릭터들의 변화가 기분 좋은 감상을 전했던 영화 <환절기>. 지금 이맘때쯤이 환절기다. 많은 이들이 콜록대고 있지만, 이 시기가 걷히면 따듯하고 밝은 날씨를 만끽할 날이 올 것이다. 이 점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그대, 지금 당장 힘들더라도 더 나은 미래는 반드시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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