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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같은
일본 힐링푸드 영화

소박하고 느리지만, 몸과 마음을 꽉 채워주는 영화들

일본의 음식영화들은 언제 봐도 좋다. 느린 호흡 안에도 갖출 건 다 갖춘, 알짜배기 영화들이 많다. 특히,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정(情)을 나누는 모습이 허한 마음을 꽉 채워준다. 게다가 차분함을 잃지 않는 영화들이 많기에, 조급함을 잡아주고 평정심을 전달해주는 것 또한 이같은 영화들이 지닌 장점이다.


대표적인 일본의 음식영화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카모메 식당>을 언급한다. 나 역시, 이 영화의 열혈팬이다. 사실, 영화도 좋지만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팬이다. 그녀의 손에서 빚어진 영화들은 하나같이 잃었던 평정심을 되찾아주는 데 큰 몫을 했다.


<카모메 식당> 속 세 일본인 여주인공들은, 핀란드라는 낯선 땅에서의 우연한 만남에 의해 소통하고 나아가 자신의 길을 찾게 된다. 내가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땐, 영화<바그다드 카페>와 참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저마다의 아픔이 있는 여성들이 협업해 일궈내는 성공. 타인의 시선에서는 별 것 아닌 성공일지 몰라도, 적어도 그들에게는 잃었던 자존감을 회복하고 좋아하는 일을 해나가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거머쥔 셈이니까. 개인적인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은 '행복과 마주하는 시간들이 많아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 터라, 위 두 영화 속 주인공들은 충분히 성공했다고 본다.


<카모메 식당>과 견줄 수 있는 영화로는 <남극의 쉐프>가 있다. 나는 이 영화를 지인들에게 '카모메 식당의 남성 버전'이라고 소개하곤 한다. 이 두 영화들 모두 타국을 배경으로 하고, 그래서 주인공들은 자연스레 이방인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나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공통점은, 타국이지만 힘을 모아 상황을 극복해나간다는 데 있고, 차이점이 있다면 음식의 퀄리티라고나 할까. <카모메 식당>의 여주인 '사치에'는 소박한 가정일식(소울푸드)에 집중하지만, <남극의 쉐프>의 쉐프 '니시무라'가 대원들에게 제공하는 식사는 꽤나 성대하다(고 표현하기엔 머쓱하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상의 요리를 만들어낸다).


영화<카모메 식당>에서 등장하는 음식들: 오니기리와 된장국, 그리고 디저트로는 시나몬롤


영화<남극의 쉐프>에 등장하는 음식들: 심지어 코스요리들도 나온다.



사실, 이 두 영화에서 음식이 지닌 의미 자체가 조금 다르다.

<카모메 식당>에서의 음식은 만드는 사람이 아닌, 타인에게 대접되는 것이다. '소울푸드'를 통해, 음식을 먹는 사람들에게 '내면의 울림'을 선사하는 것이 요리의 목적이 된다. 반면, <남극의 쉐프>에서의 음식은 요리사가 곧 먹는 사람(물론, 대원들에게도 대접되지만)이 된다. <카모메 식당>의 음식들은 타인을 치유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 <남극의 쉐프>의 음식들은 자기치유에 목적이 있다.


어찌됐건, 두 영화 속 음식들이 지닌 목적은 '치유'다. 그래서 이 작품들을 우리는 '힐링(푸드)영화'라 부른다.



그렇다면, 이들 영화와 비슷한 또다른 작품들은 무엇이 있을까?



<안경>

휴대전화조차 터지지 않는 조용한 바닷마을의 일상을 스케치하는 영화. 모여 생활하는 데 익숙한 마을 사람들은, 매일 아침 모여 체조를 하고 식사도 늘 함께 한다. 매실장아찌로 하루의 화를 달랜다는 의식이 재미있다.





<해피 해피 브레드>


훗카이도 츠키우라, 아름다운 도야코 호수, 이곳에 도시생활을 접은 한 젊은 부부. 리에와 미즈시마가 '카페 마니'를 오픈한다. 카페 마니는 곧, 유쾌한 이웃 주민들의 일상으로 채워진다. 소머즈보다 더 밝은 '지옥귀'를 가진 유리 공예가 요코, 리에에게 반해서 매일같이 들르는 우체부 총각, 커다란 가족 트렁크를 가지고 다니는 미스터리 아저씨 아베, 스트레스 받으면 술 대신 빵으로 푸는 훈남 토키오군은 카페 마니의 대표적 단골 손님들!

그러던 어느날, 외지고 외직 카페 마니에 새로운 손님들이 찾아온다. 맛있는 빵과 요리를 통해 카페 마니의 손님들에게 '행복'을 전해주고 싶은 리에와 미즈시마! 손님들을 위한, 그리고 자신들을 위한 행복 레서피 만들기가 따뜻한 빵 굽는 냄새와 향긋한 커피 내리는 향기와 함께 시작된다!





<양과자점 코안도르>


음식영화는 때론, 힐링을 뛰어넘어 사람을 '성장'시키기도 한다.

이 영화는, 는 천방지축 겁없는 시골서녀 나츠메가 파티쉐 과정을 거치며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전달하는 동시에 자기자신도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행복의 메신저, 나츠메.

영화의 가치는 나츠메의 성장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미친듯이 달콤한 케익'들을 한입씩 먹고 싶은 욕구가 상승할 것.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주고, 추억을 더듬케 만드는 행복한 영화의 달콤함에 빠져 비만이 되어버려도 책임은 못지겠다.




<행복의 향기>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있다. 영화 <행복의 향기> 속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 속 인물들은 사제관계를 넘어, 마치 아버지와 딸처럼 서로를 위하는 왕씨와 타카코의 치유효과를 다룬다. 차가웠던 관계가 따듯해져가는 것을 보는 관객들은 그들의 심리변화를 바라보며 마음의 온기를 느낄 것. '전통을 잇는다는 것'은 '과거를 돌아보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것으로부터 온다'는 메시지도 함축하고 있다.




<달팽이 식당>


모두가 행복해지는 순간. 달팽이 식당을 찾으면 '꿈이 이루어질 것'이다.

실어증에 걸린 젊은 아가씨가 정성스레 만들어 내는 기적의 음식. 이것을 먹기만 하면, 'Dreams Come True'

느림의 미학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이 영화는, 착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기적이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들어 줄 것이다. 달팽이 식당의 기적은 '짝사랑도 열열한 사랑'으로 바꿔주고, 잃었던 가족의 상봉도 가능케 하며, 타인의 내면까지 명확히 알아차리게 만드는 등. 상상 이상의 기적을 일궈낸다.



영화 <달팽이 식당>이 주력하는 소재는 '가족'이다. 가정이 행복의 원인임을 전달하는 영화인만큼, 일상에 찌든 우리들에게 가정의 온화함을 일깨워줄 작품이 될 것.



그 외,

비만 탈출을 위한 체중관리 음식 이야기를 다룬<체지방계 타니타의 사원식당>,

독특한 시골마을에서 청년을 향한 할머니의 사랑이 담긴 음식을 확인할 수 있는<하와이언 레시피>,

자급자족 라이프를 통해 깨달음을 얻어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리틀 포레스트> 시리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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