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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7년의 밤>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했을 때 호평을 듣기란 쉽지 않다. 대개가, 원작을 살리지 못했다는 평을 듣는 경우가 많으니까. <7년의 밤>도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소설이 지닌 복잡미묘하고 섬세한 심리, 상황의 묘사에 비해 미흡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원작이 지닌 분위기와 캐릭터들의 심리 표현이 곧잘 이뤄졌다고 본다.



최현수와 오영제는 교통사고로 연을 맺는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꽤 긴 시간동안 펼쳐지는 둘의 신경전은 영화의 사건을 암시하는데, 이 장면부터 필자는 영화의 분위기에 매료당했다. 직접적인 사건이 이어지기 전까지 영화는 오영제의 가정사에 집중한다. 일방적으로 자신이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아내를 거머쥔 오영제의 폭력은, 결국 가정의 파탄을 불러일으킨 상태. 그의 12세 된 딸은 오영제의 폭력으로부터 도망치다 최현수의 차에 치어 죽고만다. 졸지에 뺑소니 용의자이자 살인자가 된 최현수의 매일은 불안하다. 딸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한 오영제의 추적. 그러면서 점점 미쳐가는 두 남자. 7년이라는 긴 세월 간 이어진 섬뜩한 사건을 담은 것이 <7년의 밤>이다.

크게 보자면, 이 영화는 두 남자(아버지)의 복수극이다. 물론, 그 속에는 부성애도 담겨있다. 사건에 의한 스릴보다는, 캐릭터들이 지닌 악(惡)에 보다 집중하는 면모를 볼 수 있는데, 이는 원작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이다.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스릴을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대면하기는 어려우나, 배우들의 섬세한 내면 연기와 외적으로 표현된 폭력 연기는 기대만큼이나 좋았다.



영화, 그리고 소설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진짜 악이라는 게 무엇일까, 로 좁혀볼 수 있다. 우발적인 사고로 인해 타인을 죽인 최현수, 과연 오영제의 딸은 최현수의 잘못만으로 죽음을 당한 것일까. 오영제의 지속적인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택한 최후의 행동이 사고로 이어지게 된 상황. 직접적인 가해자는 오현수이지만, 그 사건의 발단에는 오영제가 있다. 어쩌면, 오영제가 모든 사건의 시작일 수 있는 것. 그가 만든 오해와 폭력이 낳은 또 다른 폭력과 끔찍한 사건은 실로 안타깝다. 더하여, 우발적이든 계획적이든간에 폭력을 대물림받은 최현수 역시 안타깝지만 잔인하게 여겨질 대상이다.

폭력과 분노는 끊이지 않는, 또한 벗어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것이다. <7년의 밤> 속에는 다양한 폭력이 존재한다. 누군가의 죽음 뿐 아니라, 죽음이 있기까지의 갖가지 사건과 오해는 집단의 폭력이라 볼 수 있다. 세령마을의 구조처럼 폭력은 돌고 도는가 하면, 타인에 대한 신뢰는 댐처럼 굳게 닫혀있다. 또한, 옳지 못한 구원은 타인에게 많은 충격과 상처를 안긴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섬뜩한 폭력의 연대기를 다룬 이 영화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섬세한 감정선을 잘 표현해낸 배우들의 열연을 놓고 본다면 칭찬할만한 작품이다. 더하여, 소설이 전개한 세령마을 분위기의 싱크로율 또한 뛰어나다. 전반적으로 미장센이 좋은 영화다.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소설에 비해, 영화 <7년의 밤>에 대한 관객들의 평은 호불호가 극명히 갈린다. 불호를 표현한 관객들이 그러한 평가를 내린 것에 대한 이유는 분명 존재한다. 소설에 비해 한계가 다분한 영화는 소설의 모든 것을 담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이 점에 대해, 원작을 흥미롭게 읽었던 독자들에겐 실망을 안겨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하여, 캐릭터들의 심리 묘사에 많은 부분을 집중했기에, 초중반까지는 다소 지루하다 여겨질법도 하다. 한데, 필자는 좋았다. 추상적인 면을 가시화시켜내는 데 공을 들인 작품임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영화는 주 사건 자체에 집중했다. 이 점을 감안하고 감상하길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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