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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영화 <피의 연대기>


이 영화는 하나의 작은 선물에서부터 시작된다. 감독은, 할머니가 만들어준 생리대 주머니를 네덜란드 친구 샬롯에게 선물했지만 무용지물에 되면서, 생리용품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느끼게 된다.

문화권을 막론하고, 여성들은 일정 기간동안 피를 흘린다. 하지만, 피를 담는 방식은 문화마다 다르다. 이 다양성에서부터 시작된 다큐멘터리영화 <피의 연대기>. 생리가 소재화됐다는 점에서부터 이 영화는 남다르다. 본능적이며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공공연하게 표현될 수 없었던 불편한 소재. 어쩌면 이 영화는 생리를 담는 다양한 방식뿐 아니라, 생리가 불편하게 인식되고 있는 현실을 꼬집기도 한다.

우리는 생리를 생리라고 당당히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그날', '마법' 등으로 생리 기간을 표현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생리를 생리로 표현하는 동시에 적나라하게 보여주기까지 한다. 불편하고도 불쾌한 냄새를 유발하는 패드형 생리대 대신, 생리혈 그 자체를 온전히 담아내는 생리컵이나, 불편함 없는 생리 기간을 보내게 만들어주는 탐폰을 사용하는 외국인들과 그 생리용품들에 대한 우리나라 여성들의 인식을 비교하며 보여주는 장면들은 하나같이 인상적이다.

생리에 대한 먼 옛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사회적 인식과 대처 자세들을 통해, 더 나은 여성들의 현실을 만들어가자는 노력이 반영된 이 영화. 그야말로 피의 '연대기'를 보여주기에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존재라는 인식은 과거에서부터 존재해왔다. 동서양 종교에서는 '아이를 낳는 여성은 죄를 지은 것이다'. '아이를 낳을 때 피를 흘리는 것은 죄다'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질의 어원이 칼집에서부터 유래됐다는 사실 역시, 의미심장한 의미가 내포돼있다고 보여진다. 또한 과거에는, '남자는 정액을 만들 힘이 있는데 여자는 그 힘이 없어 피를 흘린다', '음식물 찌꺼기가 남아있다 생리로 나온다'는 시선도 있었다고 한다. 참으로 서글픈 이야기다.

여성은 한 달에 평균 5일 간 피를 흘린다. 이렇게 피를 흘림에도 죽지 않고 당당히 살아나가는 여성은 강인한 존재다. 생명을 탄생시키고, 인류를 이어온 존재다. 그 자체로 순결한 피가 화학제품에 의해, 탁하고 냄새나는 것으로 여겨왔던 것이 현 대한민국의 생리에 대한 시선이다. 하지만, 생리혈 그 자체는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임신이 가능한 몸이라는 뜻이며, 여성의 상징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몸을 더 사랑하기 위해 보다 더 당당해져야 할 때다.

감독이 직접 자신의 생리혈을 생리컵에 받아 세면대에 흘려보내는 장면이 가히 인상적이었다(사실, 충격적이었다). 우리 모두의 몸은 고유하고, 너와 나의 생리혈 모두는 더러운 것이 아님을 각인시켜주는 적나라한 장면이다. 그저, 우리는 여성이기에 피를 흘리는 존재일 뿐이다.

우리에게는 많은 교육가 발전이 필요하다. 우리가 우리의 몸을 더 사랑할 수 있는, 생리를 생리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회, 여성의 생리혈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회가 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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