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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공감 영화! <B급 며느리>


명절에 시댁에 안 가는 며느리. 아마, 모든 며느리들의 로망이 아닐까. 저 당찬 며느리는, 영화 <B급 며느리> 속 주인공이자 감독의 아내 김진영 씨다. 고분고분하게 말 잘 듣는 A급 며느리가 아닌, 하고싶은 말과 행동을 다 해내는 당당한 B급 며느리 인생을 택한 진영 씨. 영화는, 그녀로 하여금 멀어지는 고부 관계를 100% 리얼하게 담아낸다.

진영 씨와 감독의 입장, 그리고 시댁 식구들의 인터뷰를 통해 만나본 이 가족은 드세보이는 동시에 친숙하다. 영화가 담아낸 이야기는 특정 가족만의 것이 아니다. 많은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공감하고 또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의 개봉 시기가 1월 말 설 연휴를 앞둔 때라는 점이다. 명절증후군에 시달리는 모든 며느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 박스오피스 역주행을 일으킨 작품이기도 하다. 고부갈등뿐 아니라, 부부갈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가부장제 시스템을 콕 집어 설명한다. 이로 하여금 느낄 수 있는 점은, 갈등의 원인은 일방에서 비롯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로가 욕하기에 급급하지만, 3자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이들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너나의 잘잘못을 따질 것이 아닌, 모두의 입장이 있고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서로가 이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론이 쉽지 실천까지 쉬운 것은 아니다. 예기치 못한 갈등으로 벌어지는 사고(?)들은 예방도, 사후처리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늘 사고를 막고자 며느리들이 A급을 지향하며 고개를 숙인 채 고분고분 시월드 생존법을 이행해오고 있다. 여기에 반기를 든 B급 며느리는 확실히 남다르다. 공부도 잘했고, 그래서인지 주관도 강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진영 씨는 많은 며느리들의 워너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기성세대의 뒤통수를 제대로 후려치는 영화 <B급 며느리>. 너무 리얼해서 감상하는 동안 흥미진진함이 끊기지 않았던 영화다. 며느리들이여, 고개 숙이지 마라. 당신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하녀 취급 받아야 하는가! 여권이 신장한 김에, 며느리 권리도 신장될 수 있는 한국 사회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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