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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와현 우동 투어에 대한 팁

책 <하루키의 여행법>에서

영화 <우동> 에서, 출처: 네이버 영화


책 <하루키의 여행법>을 읽던 중 가장 반갑고 흥미롭게 읽었던 챕터인 '우동 맛여행'.
내가 가가와현 여행을 해보기도 했고, 영화 <우동>을 흥미롭게 보기도 한 다양한 경험들이 어우러져서인지 재미있었다.

이 책은 하루키의 여행 에세인만큼, 그의 위트 코드를 다분히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 챕터의 시작부터, 진지함보다는 솔직함이 배어있는 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쩌면 가가와현이라는 고장에는 그밖에도 여러 가지로 깜짝 놀랄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가가와 현에 가보고 무엇보다도 놀란 점은 우동집 수가 그렇게 많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가가와현을 논할 때는 우동을 빼놓을 수 없다. 우동으로 유명한 곳이고, 일본인들도 우동 투어를 위해 가가와현으로 향할 정도로 이곳 우동은 유명하다. 나 역시, 이곳의 우동에 감격했었다. 심지어 호텔 조식에 나오는 우동조차 감동적이었다. 이전에 먹어보지 못했던 탄력 가득한 면발. 특별한 고명이 없이 면발과 시원한 국물만으로도 (감동의)충격을 받았으니까. 우동 투어를 제대로 했던 나의 동생은 우동의 다양한 맛과 면발의 묘사에 열변을 토하기도 했었다(나와 동생의 가가와현 여행 목적이 달랐다. 동생은 명백한 우동 투어, 나는 예술 투어였다).

미술관을 들르기 위해 이틀 동안 배를 탔던 나는, 선상에서 사누키 우동을 맛있게 먹던 '일본인'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가가와현에서 우리나라 여행자들을 많이 못보기도 했지만, 일본인들이 가가와현에서 특식으로 우동을 즐기는 모습에서 이곳의 우동이 얼마나 유명한지를 단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루키는 가가와현 여행에서 수많은 우동집을 방문한다. 소개된 곳만 해도 다섯 곳(구보 우동집, 가모 우동집, 야마시타 우동집, 나카무라 우동집, 오가타야 우동집)이다. 대개가 후미진 곳에 위치해있다면서 진짜 우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찾아가기가 힘들다는 글이 곳곳에 있다. 다섯 곳 중 극찬하는 곳은 나카무라 우동집이다. 각 우동집을 설명하는 글들에서도 이 우동집에 대한 칭찬이 가득했지만, 챕터 가장 마지막에 한 번 더 강조할만큼 이 우동집에 반한 듯했다.

사누키 우동의 생명은 면이다. 예전엔 그 지역의 밀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한다. 하루키의 글을 보자.

'나도 여러 우동집에서 우동의 원료인 밀가루 포대를 점검해 봤는데, 어느 집이나 전부 같은 브랜드의 밀가루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한다면, ASW 도입 이전의 '사누키 우동'과 그 이후의 '사누키 우동'은 맛이 변한 것이다. 실제로 '야마시타 우동집' 주인은 "물론 옛날 우동이 더 맛있었다"고 말했다.'

뭐, 내가 예전과 지금의 우동을 비교하며 먹어본 사람은 아니지만, 지금의 우동도 충분히 맛있었다. 일단 여느 곳에서 먹어볼 수 있는 면의 탄력과는 차원이 달랐으니까. 위 우동집 주인의 '옛날 우동이 더 맛있었다'는 말에 반발한 인물의 말이 윗글 아래에 이어져 있었는데, 십분 공감했기에 옮겨본다.

'그러나 마베 교수는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맛이라는 건 기억에 따르기 때문에 어느 쪽이 맛있다든가 맛이 어떻게 달라졌다든가 딱 부러지게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분명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이런 문제는 가가와 현 내에서도 여러 가지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화제가 아닐까? 어쩌면 자치단체장 선거의 논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공감, 또 공감했다. '맛이라는 건 기억에 따르기 때문에'라는 표현. 정답이다. 기억, 그리고 추억. 이와 같은 맥락의 말은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모 음식 프로그램에서 하기도 했다. 맛이라는 것은 기억(추억)으로부터 기인된다는 것. 사실, 그렇다. 모든 음식이 모든 사람에게 맛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객관(이랄 것도 없지만)적으로 훌륭한 음식(가령, 미쉐린 가이드에서 많은 별을 받은)이라면 많은 사람에게 만족을 선사할 수 있지만, 좋은 추억이 가득 밴 소소한 음식이라면 미쉐린 쓰리 스타를 받은 음식보다 더 맛있게 느껴질 수 있다. 우리는 그런 것들을 '소울 푸드'라 부른다.

아무튼, <하루키의 여행법>은 소소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다. 책에서 느낄 수 있었던 왕성한 호기심과 위트 가득한 하루키의 면모를 엿보는 것도 흥미 요소다.

책에는 '고베까지의 도보 여행'이라는 챕터가 있는데, 곧 나의 교토 여행이 시작되기에 읽어봤더니(어쨌든 일본이잖아), 하루키의 고향 도보 여행기였다. 고베에 가진 않을테지만, 고향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이 세상에는 고향으로 끊임없이 회귀하려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고향에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우기는 사람도 있다. 양쪽을 구분짓는 기준은 대부분의 경우 일종의 운명의 힘인데, 그것은 고향에 대한 상념의 비중과는 약간 다른 것이다. 좋은 싫든 간에 나는 후자의 그룹에 속해 있는 것 같다.' 고향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우기던 하루키가 고향을 천천히 걸으며 느꼈던 추억 여행기. 나 역시, 고향을 떠나 서울 생활을 한지 어느덧 10년이 다 되어간다. 나는 끊임없이 고향으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는 그룹인데, 음-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생각했을 땐 서울에서 지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그러니, 아직도 이곳에 있지!). 나도 고향의 이곳 저곳을 걸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챕터다.

요즘 여행에 흠뻑 빠져있는 시기다. 그래서 가깝든 멀든 이동하고 있다. 계절의 여왕 5월. 날씨도 이렇게나 환상적이고, 세상엔 가볼 곳, 볼거리들이 가득하다. 나의 소소한 여행기도 누군가가 재미있게 읽어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께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전하며 이 글의 마침표를 찍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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