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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전:
Photo Ark

멸종 위기 동물들의 증명사진들을 한 자리에

용산 전쟁기념관 특별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전: Photo Art'을 관람했다. 먼저, 이 전시는 추천부터 하고 리뷰에 들어가겠다. 우연히 만나게 된 전시인데, 심취해버리고 말았던. 너무나 심취해서 눈물까지 흘리고 말았다.



이 전시는, 보호가 필요한 멸종 위기에 처한 5,000여 종의 동물들의 증명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전시 부제에서의 'Ark'는 동물들을 위한 방주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 전시가 여느 동물들을 다룬 사진전과 달랐던 점은, 사진의 '배경'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동물의 모습들이 아닌, 스튜디오 촬영이 이루어진 것이다. 전시회의 작가인 조엘 사토리는 이같은 촬영을 기획한 이유에 대해, '관객들로 하여금 동물에 집중시키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자연과 어우러진 동물의 사진이 전시될 경우, 관람객들은 동물이 아닌 자연에 심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동물을 전면에 내건 전시의 의도에 빗나갈 수 있다. 더하여, 흑백을 배경으로 한 사진을 관람함으로써, 동물의 크기와 그로부터 자칫 초래될 수 있는 편견들에서 벗어나게 만들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고 한다.


화면 가득 채워진 이 거북, 커 보이지만 실제로는 손가락 크기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전시 프로젝트는, 130여년 간 지구를 기록하고 발견, 탐험해온 내셔널지오그래픽과 조엘 사토리가 10여 년 전부터 지행해온 공동 프로젝트다. 총 1만 2,000여 종의 동물들을 기록하기까지 멈추지 않을 이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7, 8년 간은 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7,800여 종의 촬영을 마쳤다고 한다. 이들의 쉼 없는 열정에 감격할 수 있었다.



이 사진전은 많은 이들에게 위험에 처한 동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아직 늦지 않았으니, 동물들이 더 이상 사라지지 않게 주의와 노력을 기울이자'는 취지를 지니고 있다. 나는, 이번 전시를 접하면서 몰랐던 동물의 종류를 알게 됨과 동시에, 멸종되어가고 있는 동물들의 아픈 사연들도 알 수 있게 되어 정보 습득과 동시에 가슴 뭉클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멸종되어가는 동물들의 수를 확대해나가기 위한 갖은 노력들에 대한 정보를 접했을 땐, 크게 감동하기까지 했다.



사실, 동물들이 멸종되어가는 이유는 '인간'에 있다. 인간의 욕심에 의해 뿔이 잘려나간 코뿔소,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격 연습의 대상이 된 원숭이, 화려한 털색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모피 활용을 위해 거래되는 오렌지빛 털을 지닌 원숭이,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총탄을 맞는 수많은 야생 동물들... 이렇게 동물들은 이기심으로 가득찬 인간에 의해 사라져가고 있다.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복부사각입술코뿔소. 눈에서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다양한 동물들의 이야기들 중, 특히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복부사각입술코뿔소. 캡션에는 현재 지구에 5마리만 생존해 있다고 적혀있으나, 올해 몇 마리가 더 죽고 지금은 암컷 두 마리만 생존해있다고 도슨트로부터 들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 종의 코뿔소는 멸종했다고 보여지는 것. 이들이 죽어가는 이유는 인간이 코뿔소 뿔을 잘라 암거래하기 때문이었다. 1kg에 자그마치 7,000여 만원의 가치를 자랑하는 코뿔소의 뿔. 실제로 이 뿔이 좋은 성분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해봤더니, 인간의 손톱과 같은 성분이었다고 한다. 이 각질을 얻기 위해 코뿔소의 뿔을 마구 잘라버린 인간의 이야기를 들었을 땐 정말 화가 치솟았다. 코뿔소의 뿔 뿌리 주변에는 엄청난 혈관들이 모여있다고 하는데, 인간들이 혈관이 몰려있는 뿔 뿌리까지 무참히 자른 탓에 코뿔소들이 처참히 죽어나간 것이다.


손오공의 주인공인 원숭이


이처럼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동물들은 눈에서 그 아픔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전시된 사진들을 보면, 동물들의 눈(동자)이 특히 강조돼 있는데, 그들의 눈과 마주할 때면 괜히 숙연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 동물들은 어떻게 촬영됐을까. 모두 스튜디오로 데리고 와서 촬영한 것일까. 아니다. 동물들이 있는 곳으로 작가와 스태프들이 직접 이동했고, 각 동물 전문가들의 45분 여 동안의 준비 이후 5분 정도 셔터를 누르는 것으로 촬영이 진행됐다. 5분 내에 만족스러운 사진이 나오지 못했을 경우, 당일 촬영은 끝냈다고 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조엘 사토리는 피사체들이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받는 듯 보이면 촬영을 중단했다고 한다. 작은 동물들은 이동식 간이 스튜디오에서 촬영했고, 코끼리 같이 큰 동물의 경우에는 그들 뒤에 천을 갖다대거나 페인트칠을 해 촬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왼쪽 사진에 있는 것이 간이 스튜디오


손가락 길이 정도의 곤충에서부터 인간보다 몇 배는 큰 대형 동물에 이르기까지의 수많은 동물들. 몸집의 크기와 상관 없이 모든 생물은 소중하고 또한 가치있다고 말하려는 조엘 사토리의 착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던 전시.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 도슨트는 '꼭' 듣기를 권한다. 몰랐던 동물들의 특성과 그들에 얽힌 사연들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더하여, 조엘 사토리의 촬영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도 꼭 접해보길 바란다. 한 편 당 45분 정도의 러닝타임을 갖는 다큐멘터리 세 편이 이어 상영되는데, 모두를 다 보지 않더라도 약 30여 분만 봐도 조엘 사토리와 스태프들의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두 시간 남짓 동안의 충분한 관람 후, 전시회를 빠져나왔다. 더불어 살아가는 생물들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 생겼고, 귀엽다는 이유로, 몸에 좋다는 이기적인 이유로 동, 식물들을 대해온 나 자신에 대한 반성도 하게 됐다. 살육이 싫어 비건 채식자 삶을 택했던 과거가 있었던 나인데, 음- 다시 한 번 이 삶을 살아보기로 다짐했다.



이 세상은 유기적이다. 모든 생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우리는 이어져있다. 동, 식물을 해치는 것은 우리(인간) 스스로를 해치는 것과 다름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어리석은 짓에서 벗어나 현명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우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달이면 전시가 끝난다(5월 27일까지). 이 훌륭한 전시,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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