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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철학의 길

굳이, 사색을 하지 않아도 좋다!


은각사에서 난넨지를 잇는 약 2km에 달하는 길. 일본의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가 이 길을 산책하며 사색을 즐겼다하여 '철학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이름 때문인지 왠지 더 사색을 즐기기에 적합한 장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이런 이름을 갖지 않았다 해도 충분히 매력있는 장소다. 조용하고 깨끗하며 운치있다. 이곳의 운치를 더해주는 핵심에는 '강'이 있다. 기다란 길을 잇는 강물은 깨끗한데다 시원하게 흐른다. 그 안에는 큰 잉어들이 헤엄치고 있었는데, 그들의 유유자적(물론, 그들은 그렇게까지 사색하진 않겠지만)한 모습 덕분에, 내적 평화로움도 느낄 수 있었다.



철학의길에 조용하게 자리잡은 가게들에서는 예술품, 도자기 등을 팔고 있었다. 물론, 빠질 수 없는 카페, 음식점들도 있었다. 교토 여행의 목적으로 도자기 공방을 찾는 이들도 있는데, 이 주변에서 그 느낌을 진하게 받았다. 도자기 만들기 체험이 가능한 곳도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용감하게 들어가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길이 나뉘는 곳까지 걸어가다보면, 많은 관광객들이 사랑하는 요지야카페도 만나볼 수 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아담하게 잘 가꿔진 정원이 예쁜 카페를 만나볼 수 있다. 이곳의 말차라떼가 유명한데, 사람들로 꽉 차있던 터라 들어가보진 못했다. 아쉬운대로, 다음날 청수사에서 내려오는 길에 요지야 매장에서 말차라떼 분말 선물세트를 구매했다. 결코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교토 여행의 상징물로써 손색 없는 아이템이라 생각해서 선택했다. 나는 이 선물세트를 가족에게 건넨 후 포장팩을 기념으로 간직할 예정이다. 사실, 요지야는 코스메틱 브랜드다. 매장 내에는 향수, 핸드크림, 손거울, 손수건 등 다양한 뷰티 아이템들이 저갈하게 자리잡고 있다. 교토 여행 중에 요지야 매장과 카페는 자주 만나볼 수 있다. 그러니, 한번쯤은 방문해보길 권한다.



도자기 상점에 들러, 색이 고운 그릇들을 구경했다. 심플하지만 기품있는 상품들은 당당한 멋을 자랑했다. 고즈넉한 주변 풍경이 상품 가치들을 드높이는 데 한 몫 했던 곳.



이곳 주변의 집들은 높지 않고 비슷한 외벽색을 지니고 있어, 동네 전체가 조화로움을 뽐낸다. 일본인 특유의 조용하고 다소곳한 면모가 '특히, 강하게' 느껴졌다. 아무도 걷지 않는 골목을 걸었는데, 집들이 양옆에 이어져있음에도 소음 하나 들리지 않았다. 굉장한 경험이었다.



철학의길. 정말 좋아서 걷다 쉬다를 반복했던 곳이다. 조금 더워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걷고, 힘들 땐 쉬고, 그랬다. 집 앞에 만개한 5월의 장미들도 이 길의 영향 탓인지 탐스러움을 한껏 자랑하고 있었다. 내가 원했던 일본의 진풍경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시간. 다시 교토를 들른다해도, 이곳은 또! 찾을 것이다, 반드시. 사색을 하지 않았음에도, 산책만 했을 뿐임에도 일상의 번민과 집착 등에서 벗어나 내적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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