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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예술의 치유력

현대인들에게 있어, 예술은 인생의 매우 중요한 존재로 칭송받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요성은 설명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추정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고, 개인의 상식문제, 나아가 지식의 가치 등 무형의 산물로 여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은 예술을 추상적 가치나 개념이 아닌 도구로써 접근한다. 즉, 예술의 목적을 기능에 두고 이를 설파한다. 예술의 다양한 기능들 중 특히 '심리적 취약점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책의 주장이다. 공동저자(알랭 드 보통, 존 암스트롱)들은 우리들에겐 심리적으로 일곱 가지의 취약점이 있고 그러므로 예술에는 일곱 가지 기능(가장 보편적으로)이 있다고 설명한다.


기억, 희망, 슬픔, 균형 회복, 자기 이해, 성장, 감상 등의 일곱 가지 키워드를 예술의 기능으로 설명하고, 여기에 대한 부연설명으로 훌륭한 예술의 정의, 창작, 연구, 전시 등 대중들에게 보다 통용될 수 있는 예술의 정보를 제공한다. 


책에서 설명하는 예술을 기능을 소개하자면, 기억에 서툰 우리들이 망각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으로 글쓰기를 택했듯 미술 또한 망각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편이라는 점이다. 가령, 사랑하는 대상이 떠난 후에도 그 대상을 계속 붙잡아둘 수도 있고 그 외의 경험을 보존하는 방식이기도 하며, 일상의 일상의 일시적인 아름다움을 마음 속에 담아두거나 실질적인 형태로 기록할 수도 있다. 더불어, 고난의 현실로부터 희망을 갖게 만들어주는 것 또한 예술의 기능이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담은 작품들은 우리들의 힘겨운 현실과의 대비를 통해 더욱 아름다운 것으로 빛나고, 그것이 예술의 기능이 된다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예술은 우리들에게 '슬픔은 원래 인간사에 존재하는 것'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역할도 한다. 다시 말해, 슬픔이라는 감정은 삶의 중심인 동시에 보편적인 특징이니 '당신의 슬픔을 외면하거나 내버리지 말라'고 일컬어줌으로써 인간의 본질을 각인시켜준다. 또한, 어떠한 방식으로든 '표현된 것'이 예술인 만큼, 우리가 잃어버린 성향을 내놓아 기울어진 자아의 적당한 균형을 회복시켜주는 것 또한 예술의 기능이다. 이 점이 미술치료의 방법인데, 어떤 사람은 미니멀리즘 건축에 이끌리고, 어떤 사람은 바로크 건축에 이끌리는 것으로 개인에게 결핍된 정서적 부분을 확인하고 이것을 치료효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예술은, 나아가 타인과의 원활한 소통을 하는 데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우리는 자신을 드러내는 오브제로 예술품을 활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타인에게 우리의 진정한 모습을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어떤 이에게 있어 예술은 귀족적이거나 생소함 그 자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이질적인 것'들의 경험에서 세계의 연결점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성장할 수 있게 되는 것 또한 예술의 기능이다. 가령, 피카소의 작품들이 첫 눈엔 이질적이지만 관람자가 예술을 이해하는 능력을 쌓기 위해서 타인의 경험에 접근하고 이해함으로써 성장의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우리는 예술을 감상함으로써 관습에 반대하고 우리가 간과해왔던 일상의 소중한 것들에 대해 더 정확히 인식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우리들 중 맥주 캔의 생김새에 주목하는 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1960년 미국의 예술가 재스퍼 존스는 청동으로 맥주 캔 두 개를 주조하고, 표면에 맥주 회사의 이름을 써넣은 뒤, 작은 기단 위에 나란히 세워놓았다. 우리는 이 작품을 화랑에서 보거나 사진으로 보면서 거기에 관심을 두고 주목하게 된다. 이 활동을 그저 방치해뒀던 사물, 상황, 분위기, 사람에 적용한다면 교훈은 무게를 지니게 된다. 같은 맥락의 유명 작품으로는 에두아르 마네의 '아스파라거스의 다발(1880년 작)' 등이 있다. 


알랭 드 보통의 책들을 설명하면서 절대 빠질 수 없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사랑'이 그것인데, 예술을 다루는 이 책에서도 역시 그의 사랑에 대한 관심은 여실히 표현된다. 예술을 빌어 더 훌륭한 사랑을 하는 방법을 설파하는 과정은 꽤나 흥미롭다. 이 뿐만 아니라, 자연에 대한 경외, 현실적인 문제인 '돈'과 '정치'에 대해서도 예술이 뒷받침소재로 활용된다. 


이 책의 기능은 다양하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으며, 그 작품이 함축하는 메시지를 통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다는 점. 더불어, 현재의 미술관들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들을 인식시키는가 하면,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저자들 개인의 방안도 읽어낼 수 있다. 


이제는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영역이 되어버린 예술.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은 우리 모두가 안고 있는 심리치유의 도구로 예술을 해석함으로써 우리의 본질을 인식시키고 사색과 성찰을 고무한다. 예술이 우리 삶으로부터 나온 것이며, 우리 삶 또한 예술의 영향을 받는 것처럼 인간과 예술의 관계를 이해시키는 이 책은 문화와 정보, 철학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예술인문학' 서적이다.



[책 속 밑줄 긋기]


모든 연인 관계에는 상대방이 나를 올바르게 탐사하기보다는 오해하고 마음대로 상상해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숨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겪는 어려움과 문제점을 아는 척하면서 엉뚱한 곳을 짚을 때 우리는 심란해진다. 상대방은 진실을 알려 하지 않고, 내가 겪는 상황의 정확한 본질을 세심히, 애정을 기울여 알려 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당신의 문제는 ......" 또는 "당신이 해야 할 일은 ...... " 이라 말할 때, 우리는 허탈감을 느낀다. 그 견해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단지 내 상황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겐 아주 잘 맞을 수 있다. 레오나르도는 경험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우리 앞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바라보고, 세계의 진정한 다양성과 개체성을 존중하는 태도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가르쳐준다. -112


따분해져버린 것에 대한 우리의 열정을 되살리는 능력은 위대한 예술작품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그런 작품들은 이미 익숙해져서 간과하기 쉬운, 경험의 감춰진 매력을 일깨운다. 또한 그런 작품을 찬찬히 보다보면 감상하는 능력에 다시 불이 붙는다. 청소하는 아이, 은은히 깔리는 황혼, 높은 나뭇가지의 무성한 잎을 흔드는 바람, 중서부 대도시에서 늦은 밤 식사하는 모르는 사람들, 예술 덕분에 그런 광경은 다시 한번 우리의 마음을 건드리고 움직인다. 위대한 예술가는 이 세계의 가장 부드럽고, 감격적이고, 수수께끼 같은 양상에 우리의 관심을 돌릴 줄 안다. 그들의 도움을 통해 우리는 소중한 것을 성급하게 지나치는 태도를 버리고, 호흐와 호퍼, 세잔과 램브란트가 그들 주위에서 발견했던 것을 우리 주위에서 발견하는 법을 깨우치게 된다. -124


예술은 마음의 단점을 교정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시간에 구속된 동물이라는 사실을 그리 잘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우리가 정말 어디로 가고 있고, 얼마가 지나야 거기에 닿을지 알지 못하고,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 곧잘 잊는다. 80년이라는 세월은 너무 길어 불완전한 마음을 가진 개인으로선 무언가의 도움 없이는 생생히 붙잡아두기 어렵다. 다른 많은 영역들에서도 그렇듯, 경고가 중요하다. 우리가 잘 대비하면 시간의 힘은 누그러진다. 미래에 펼쳐질 우리의 현실, 또는 적어도 우리의 삶이 흘러갈 만한 경로가 현재 우리의 마음에 생생하고 강하게 그려진다면, 우리는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따라서 예술가에게 가치 있는 프로젝트는 선구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예술은 우리의 허약한 상상력을 지탱해준다. -145


예술은 목적지를 보여주는 그림이며,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가르쳐준다. 그러나 그곳에 가는 방법에 대해서는 단서를 주지 않는다.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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